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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 전10권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지리산 - 한없이 넓고 크며 둥글둥글한 깊은 산을 다녀왔다. 백두대간을 밟아본 적도 없이 늘 꿈만 꾸다가 그 작은 시작을 해보고 나니 지리산을 제대로 알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그래서 시작한 일의 하나가 태백산맥을 다시 읽는 작업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어가면서 전라도의 방언이 가져다주는 질기고도 징한 맛을 몸서리칠만큼 느꼈던 기억도 잠시이고, 많은 인물들에 둘러싸여서 처음과는 다른 맛을 가지고 읽어갔다. 하루에 한권씩 읽어대도 열흘이나 걸린 여정- 하기사 열흘만 걸렸을까? 조금씩 정리를 시작한 것이 20여쪽의 분량을 정리했으니 거의 보름정도의 시간을 공들여 쌓은 여정이 있었다.
내 기억과는 달리 지리산에 대한 정보는 남부군이나 이병주의 지리산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태백산맥이란 제목에서 보여지듯 지리산은 마지막으로 가는 종결의 장이었고, 지리산 하면 떠오르는 이현상과 남부군은 이 소설의 중심인물들이 아니었다. 염상진, 하대치, 외서댁, 손승호, 김범준, 김범우 그리고 수도 없이 많은 민족과 해방을 위해 힘쓰다 스러져간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가면서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서 어느 한 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선택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며 자기 삶을 영위해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삶이 합당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 쉬운 선택과 행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분단상황이라고 하지만 21세기를 지향하는 이 시점에서까지 어느 한쪽만이 옳다는 고집을 부린다면 이는 민족분단을 고착화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한편은 정의이고 다른 쪽은 틀렸다는 근시안적 생각에서 벗어나 민족과 국가를 생각하는 서로 다른 방법들이었음을 인식하고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그리고 민족은 그 모든 것들에 우선하는 존재임을 깨닫고 역사상에 함께 움직여 드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논란은 많았지만 우리 시대에 이런 소설을 연작으로 쓸 수 있는 작가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흐뭇하다. 민족의 역량이 커지고 자란 것으로 생각이 들며 획일적인 사고와 가치척도로 부터 일탈하여 다양성을 그리고 통합성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마치 젊은 시절을 살아내는 필독서처럼만 일회적으로 읽지 말고 두고 두고 새겨보면서 생각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