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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음, 김호동 옮김 / 사계절 / 2000년 6월
평점 :
아주 오래 전 어떤 이로 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신부가 있는데, 자신의 무덤에 가지고 가고 싶은 세권의 책은 성서와 노자와 동방견문록이라고 했다는..."
동방견문록은 어쩌면 만화로 혹은 어린이 탐독서로 더 많이 친숙한 책이 아니었을까?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구박을 받으면서 대출해 읽은 김호동 역의 동방견문록은 완역본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이미 열려있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이지만, 당시의 상황과 관점을 생각해본다면, 매력적인 글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자신의 견문을 감정과 흥분을 배제한채 객관적인 기록을 남기듯 바라본 마르코 폴로의 서술방식은 마음에 들었다. 오늘날의 지명과 대조하면서 주를 자주 찾아보아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한 인물이 그리고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가필했을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 만들어진 긴 여정의 이야기를 슬금슬금 읽어가면서, 남은 분량의 두꺼운 책장을 계속 넘겨보면서 지겹도록 읽어냈음이 스스로 장하다.
한때 전세계를 장악할 만큼 거대한 제국을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거의 잊혀지고 있는 몽고와 그 제국의 역사를 생각해볼때 그리고 우리와 밀접한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현장임을 생각해볼때 깊은 관심과 지속성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할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 학자의 수고가 고개 숙여진다. 책의 첫머리에 그려진 마르코 폴로의 세계를 아주 오랫동안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다 읽고 나서도 그 신부님은 허구많은 책중에서 왜 동방견문록을 선택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한 사람이 바라본 넓은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