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를 세운 여인 소서노 - 전2권
이기담 지음 / 밝은세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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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몽을 받아들임으로써 고구려가 있게 한 여인, 소서노 - 우대와의 사이에 비류를 낳았고, 주몽과는 온조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씨 부인과 비류로 인하여 남하하고 백제를 세우게 되었다는 아주 짧은 줄거리를 가지고 소설 두편이 쓰여졌다.

  로맨스와 정치가 많이 살아 있는 느낌이 나면서 고구려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판 무슨 사업을 그려놓은 듯한 느낌이 많이 드는 책이다. 전에 바보가 된 고구려 귀족 온달이란 책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으로 이 책을 들었다. 기원전후한 시기에 나라를 세운 건국사를 장대한 서사시로 쓴다는 것은 현실성은 없어보여도 영웅담을 듣는 것 처럼 장대함이 느껴진다. 로맨틱한 장면들이 많이 들어간 것도 흠이라면 흠이겠다. 단 두권으로 이루어진 분량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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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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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거운 삶의 주제들이 전편에 잔뜩 깔려 있는 이 책은 초등학교 6학년 지로의 가족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동생인 4학년 짜리 모모꼬와 지로의 성장소설이자 가족사에 대한 소설이라고도 밝힐 수 있는 이 소설은 우리의 삶과는 많이 동떨어진,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도쿄에서는 빈둥빈둥 놀면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대던 거구의 아버지, 한때 대단한 좌익활동가였고 아나키스트의 삶을 살고 있는 그가 아들을 키우는 방식은 대단히 자유롭고 자율적이기조차 하다. 어머니는 다른 분파의 좌익활동을 하고 있던 대학의 잔다르크로 불리웠던 유산계급의 딸로서 일평생 거침없이 자기 삶을 생성하고 있는 섬세함이 있는 좋은 맘이다. 아버지가 다른 누나는 주인공 지로의 삶에 어떤 지표이기보다는 쉼터같은 역할을 아주 조금 해주던 작은 가족,

  지로가 다니던 학교는 왕따도 있고 불량배들의 폭력도 난무하며 오늘날 도심지에서 겪을 법한 모든 일들이 과장없이 진행된다. 특히 영웅심리 없이 겪어내는 주인공의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어른들이 모르는 고민많은 어린아이의 삶을 비춰주어서 소위 초딩이를 줄곧 바라보게 만들었다. 가족과의 부대낌이라든지 학교에서 부대끼는 삶의 모습들이 쑥쑥 자라는 키 만큼이나 정신적 영역들을 키워낼 것 같다.

  오키나와의 작은 섬으로의 이주는 한순간에 결정되고 어린아이들의 의견은 별로 반영되지 않은 채로 원시 공동체사회의 평화롭고 여유있는 자연스런 풍경들이 갑자기 찾아와 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재벌회사의 리조트 건설사건으로 얽혀진 부분은 다소 과장스럽기는 했으나 엄마 아빠가 이상향을 찾아 나서고 누나와 작은 아이들이 공동체 사회 속에서 꿋꿋이 견디어가는 다소 억지스런 이 소설은 만화적인 색채가 매우 짙다. 스피드넘치는 전개가 가끔씩 폭소를 터뜨리는 장면으로 성큼성큼 다가서게 만들고 때로는 짠한 여운과 눈물 한두방울쯤을 떨어뜨리게 만들어버린다. 괜찮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기도 할 듯하다. 국가가 없어도 별로 나쁘지 않으리란 지로의 생각은 매우 현대화된 학교시설과 그 안에 작은 공동체여서 제대로 살아있는 학교의 모습으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받쳐주고 있다. 까닭없이 바쁘기만 한 이 사회 속에서 괴성한번 지르면서 이어도나 율도국을 찾아 나서 볼까나? 우리도 역시 남쪽으로 튀어야만 가능한 것이네... 그런데 백두산 언저리도 돌아보고 싶으니 북쪽으로도 눈을 떼지 못하겠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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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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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소설을 집어들었는데... 낯익은 은희경의 소설이 눈에 쉽게 뜨여서 읽게 되었다. 쉽고 부드럽고 쓱쓱 읽히는 소설을 원했는데, <의심을 찬양함 - 고독의 발견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 날씨와 생활 - 지도 중독 -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로 이어지는 짧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구토를 하듯 싫증을 내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실처럼 어슬렁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80년 광주와 젊음을 함께 보낸 사람으로서 90년의 젊음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엔 관심 둘 거리를 발견하지 못한 상실이 존재했었다.

제길헐, 삶은 왜 이다지도 칙칙하다냐?  소설조차도...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말이 눈에 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로 말하자면, 질문과 고민이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인 채로 아름답고 낯설고 (섣부른 전망을 거절한다는 의미에서) 끝내 허망하기까지 하다. 한 단어도 빼놓지 않고 다시 적겠다. 아름답고, 낯설고, 허망하다. 초기 은희경의 소설들은 면도칼 같아서 읽는 중에 여러 번 당신을 긋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것은 기꺼이 즐길 만한 통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소설은 칼이 아닌 척하는 칼이어서 당신은 베이고 있는 줄도 모르는 채로 깊이 베이게 될 것이다. 쉽게 알아보기 힘든 어떤 힘이 밀고 들어와, 조용히 빠져나가고, 마침내 피 흐를 때, 비로소 당신은 거것이 칼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면도칼도 못되는 소설들의 중구난방 속에서 오랜만에 느끼는 묵직한 통증에 경의를 표한다.' (224쪽)

  나이를 먹어가면서 안정성이란 이름으로 얻어지면서 상실한 것들에 대한 어슴푸레한 기억들, 아까운 청춘이란 이름도 붙지 않게된... 낯설음 그것이 허망함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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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Illustrated Edition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번역감수,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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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정가에서 많이 쓰여진 말이 코드였다. 코드가 맞지않아서... 어쩌구...

  다빈치 코드는  소설계의 빅뱅 댄 브라운(Dan Brown)의 소설로 전세계의 젊은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베스트 셀러이다. 같은 이유에서 종교계의 반발이 만만치않았었다. 주변에서 이 소설을 읽고자 줄을 섰던 때도 벌써 3-4년쯤 된 것 같다. 추리소설은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서 또 읽으려는 사람이 많은 때를 피해서 빌리려다 보니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이만큼 시간이 걸렸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만큼 현학적이거나 구조가 복잡한 편이 아니라서 편안히 쉽게 읽어갔다. 장의 구분이 많은 데다가 짧게 끝나 여백이 많은 덕에 두권을 채워도 가벼운 600쪽쯤 되는 분량이라서 하룻밤새에 읽을 수 있었다. 긴장감이나 추리의 여지는 팽팽한 편은 아니었다.

  기호학과 고대 비밀제의 그리고 원시 기독교의 여러 흔적들을 통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르부르 박물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의 핵심은 기독교를 떠나지 않고... 막달라 마리아를 이야기하든 그밖의 소제이든 기독교의 영향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결국 유럽과 기독교란 서구중심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소설이다. 유럽 여행을 프랑스와 런던을 중심으로 다녀본 기억이 있다면 훨씬 생동감 있게 전해졌을 듯 한데... 낯설게 쉽게 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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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란다
채만식 원작, 박상률 엮음, 김세현 그림 / 진달래산천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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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땅에 살고 있는 아이들 가운데에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간도성에서는 1940년 이전에 벌써 9할이 넘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물론 시설이 넉넉하지 못하고 선생의 실력도 낮고 수도 부족해 가르치는 수준이 두루 보잘것 없기는 했다.     만주에서는 간도로 흘러간 조선 사람들, 특히 이민 간 농민들의 교육열이 높았다.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들 생각했다.    "우리는 못 배우고 가난하다. 못 배우고 가난하기 때문에 만만하게 여겨졌다. 만만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땅 기름지고 기후 좋은 고국에서 살지 못하고 쫓겨왔다. 그러기에 기후와 땅이 거친 만주로 흘러와 강냉이에 조밥을 먹으면서 고생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왕 못 배우고 가난하여 만만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지만 자식들에겍까지 이 고생을 차마 이어지게 할 수는 없다. 자식들은 이 고생에서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자면 만만치 않아야 한다. 만만치 않자면 부자가 되거나 공부를 해서 보잘것없는 처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자가 되게 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공부쯤은 뜻 하나로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오냐, 공부시키자. 나는 뼈가 휘고 가죽이 닳아도 좋다. 자식들 공부시켜 보잘것없는 처지에서 벗어나게 하자. 그래서 이 거친 만주살이의 고생에서 벗어나 고국에 돌아가서 어엿이 살도록 하자.'    (31-32쪽)

- 간도는 조선의 수많은 애국 지사와 독립군들이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하여 일본과 싸우다 쓰러지며 피로 쓴 역사입니다. 여러분! 이 간도의 역사는 또한 왜사람들에게 기름지고 살기 좋은 고국을 빼앗기고, 백옥 같은 쌀밥과 조상의 뼈가 묻힌 선산을 빼앗기고 들어온 여러분의 역사입니다. 여러분은 강냉이 조밥을 먹으면서 영하 30도의 추위에 떨어야 하는 이 거친 오랑캐의 땅으로 쫓겨왔습니다. 그런 뒤 10년, 20년, 50년 죽도록 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니 간도의 역사는 바로 여러분의 눈물과 피로 쓴 것입니다!"           (60쪽)

- 백성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고 마음 둘 곳을 가지지 못했다. 백성들은 반 곽을 다 그어도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이지 못하는 국산 성냥을 팽개치면서 이것이 해방이고 독립이냐고 두런거렸다.      살찌는 축은 집이며 물자 따위를 넘겨받아 팔아먹는 장사치들과, 이 장사치들이 들이미는 뇌물로 자기 배를 채우는 군정의 벼슬아치들이었다. 순사들이 휘두르는 힘도 일제 시대를 우습게 볼 정도로 높아졌다.           (149쪽)

박상률 다듬고 김세현이 그린 채만식의 "소년은 자란다"를 읽다. 해방공간에 무턱대고 희망을 안고 쏟아져 들어온 일가가 바스러지는 삶을 황폐하지만을 않게 그렸다. 소년은 자란다. 꿈을 가지고 자란다. 민주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달랑 둘만 남은 남매가 뭉쳐서 살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자란다. 아프다. 풍요롭지 않음으로 인해서가 아니다. 생존의 처절함으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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