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양록 - 바다 건너 왜국에서 보낸 환란의 세월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9
강항 지음, 이을호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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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임진왜란당시 포로로 잡혀가는 불운속에서도 왜국의 사정을 정탐하고 왕에게 전하는 굵직한 충성과 학자로서의 꼿꼿한 삶이 눈에 뜨인 책이다. 죄인이란 뜻으로 '건차록'이라 강항은 이름 붙였지만, 제자들이 그의 절개를 널리 알리고자 '간양록'이라 이름한 뜻이 아름답고 역자인 이을호 선생의 뜻이 또한 행간속에서 읽혀졌다. 꽤 오래전에 쓰여진 고전이고 또 일본의 사정을 밝히는 새로움을 발견할 수는 없었으나, 선비정신과 겸손함을 읽어내는 데는 좋은 책이었다.

  책의 일부를 인용해본다.

대마 하2군을 주관한다.(상현, 하현) 사방이 하루 거리이다. 일본을 떠나 있는 지방이므로 색다르게 불린다. ‘勸淸神隨唐’이다. 그러므로 ‘被置探題職’ 소 하국이다.(弱柴對馬守義智의 차지다.)
羽柴秀吉(우시는 수길이의 본성이다.)이는 의지義智가 우리나라 침략의 앞잡이가 되어 주는 것이 고마워서 제 성을 주어 그의 공을 치하하였다. 平調信은 의지의 家老다.
왜인들은 의지를 楊川下野守라 부르니 이 섬 일을 맡아서 혼자 다스리고 있다. 玄蘇는 의지의 謀主僧인데, 왜인들은 그를 安國寺西堂이라 부른다. 그는 주로 우리나라와의 서신 왕래를 맡아 보고 있다.
이곳의 읍은 芳津이라 부른다. 형세는 비록 좋으나 본 고장 성곽과는 아주 딴판이어서 큰 산 밑이요, 큰 바다의 어구에 위치하여 있고, 높은 성이나 깊은 연못이 없어서 막아냄 직한 모습은 전혀 없다. 모두 우거진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수자면 겨우 쥐구멍 찾는 정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동으로 일기도까지 하루 바람을 꼬박 받아야 건널 수 있고, 남으로 平戶島는 일기도보다는 가까우나 풍랑이 아주 거세다. 서로 豐崎를 가자면 육로로 이틀이요, 배로는 순풍에 하룻길, 노 저어서 이틀 길이다. 풍기에서 우리나라 갯가까지는 겨우 한나절 폭이면 된다. 이곳 산은 동서가 길고 남북이 짧다. 토지는 자갈밭이요, 논이란 한 뙈기도 없다. 채소나 보리씨도 죄다 모래자갈 위에다 뿌리니 컸댔자 몇 치 자라지 못한다. 평상시에는 우리나라와의 무역을 통해서 겨우 그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 흑각이며 호초(후추) 같은 것은 남양 등지에서 오고, 수달피며 여우 가죽 같은 것은 제 나라에 있기는 하나 쓸데가 없으므로 싸게 사서 우리나라에 비싸게 팔아먹는다. 나사 능단 닻줄 금 은 같은 것은 저희들도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팔지 못한다. 이곳 여자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치마저고리를 입고 지내며, 남자들은 거의 우리말에 익숙하다.
그들은 왜국을 가리켜 언제나 ‘일본’이라 부르고 우리나라를 가리켜 언제나 ‘조선’이라 부르며 그들 스스로는 일본으로 자처하지 않는다.
평소에 우리나라에서 받는 이익이 일본에서보다 많은 까닭에 장군에서 졸막동이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를 떠받드는 마음이 일본에 붙자는 마음보다 더 많았다. 그러기에 길이 멀고 풍알이 거세다는 핑계로 우리나라는 건드릴 수 없다고 일러 오더니, 수길이가 66주를 온통 삼켜 버리자 의지는 큰 죄나 진 것처럼 벌벌 떨면서 우리나라를 팔아 수길이의 환심을 사려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침략의 선봉이 되니 수길이는 축전筑前과 박다博多 등지를 떼어 상으로 주고 대마도 놈들은 쌀법을 얻어먹게 된 것이다.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주는 사미(賜米)를 받아먹고 살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서울에는 집 한 채가 없고, 의지는 제 장인인 행장의 집 근처에 여관을 얻어 잠시 유숙하고 지낼 따름이다. 다른 장군들과 동등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지낸다.
대개 본국 깊숙이 들어 있는 왜놈들은 악착스럽기는 하나 간사하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정은 아무것도 모른다. 8년이나 싸웠지만 우리나라 변장의 이름 하나 똑똑이 아는 놈이 없다. 그러나 대마도 놈들은 악착스럽기는 덜 하나 간사스런 꾀는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우리 내정을 모르는 것이 없다. 평소에 섬 중에서 아주 영리한 아이를 골라 우리말과 우리나라 서계나 편지투의 이모저모를 가르치는데 아무리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도 하눈ㄴ에 그것이 왜놈의 글인지 어떤지를 알아낼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와의 사이에 틈이 나지않으면 꼭 달라붙고 왜놈들이 강해지면 우리나라를 팔고 농락하여 침략의 앞잡이가 되니, 그 흉측망측한 꾀부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 변장들의 시책이 조금이라도 비뚤어지면 또다시 이놈들에게 속아 넘어가고야 말 것이다.
(기미(羈靡)지책을 실시하자면, 北道野人宴亨의 예를 따라야 할 것이다. 監兵들은 그로 하여금 언제 올 것을 미리 알리게 하고, 오면 부산과 동래에 모여 기다리게 하는 것이 옳다. 많은 비용을 들여 서울까지 데려올 것은 없고, 또한 서울 장안의 허실을 그들에게 보여 줄 필요도 없다. 또 북도야인상사의 예를 따라야 할 것이니, 우리나라 토산으로 그들의 방물에 대한 대접을 하여 주면 좋을 것이다. 영남 세곡을 실어다가 그들의 양을 채워 줄 것까지는 없다. 그들이 가지고 온 흑각(검은 물소의 뿔), 달피(수달 가죽), 단목 호초 유황 호피 등 물건은 감병이 부산 태수에게 엄명을 내려 상중하로 나누어 가격을 결정하게 하되, 부산에서 팔고 가도록 하는 것이 옳다. 서울까지 실어 올려 많은 노력을 허비하고 또 서울 장사치들이 가격이 이러니 저러니 하여 괜히 놈들의 비위에 거슬리도록 하지 않는 다. 물건을 가져오는 시기는 한 달 중 언제 언제라는 것을 미리 결정하여 무시로 내왕하는 폐단이 없도록 할 것이며, 가져오는 배의 척수도 일정한 수를 지정하도록 해서 수많은 배를 늘어 세워 무슨 배인지 구별하기 어렵도록 하는 폐단을 미리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일정한 사관을 정하여 외부와의 자유로운 접촉을 못하게 하여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철모르는 우리나라 백성들이 그들에게 우리나라 방비가 잘되고 못된 것을 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들과 통상에 관한 이러한 엄격한 약속이 성립된 후에 예의와 신의로서 접대하여 주면, 그나마도 고맙게 여겨 감지덕지할 것이므로 서울로 안 데리고 간다는 둥, 세미를 안준다는 등의 불평을 차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국 깊숙이 들어 있는 왜놈들이 또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럴 때면 언제나 무시로 쫓아와서 일러 달라고 하여야 한다. 그러면 섬 놈들은 전일의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서든 우리나라의 신용을 얻기기 위하여서든 반드시 쫓아와서 알려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로 하여금 미리 예비책을 강구하도록 할 것이다. 왜놈들과 접촉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대마도와의 접촉을 꾀하여야 하고 대마도와의 접촉은 위에서 말한 방책 이외에 별다른 것이 없다. 뒷날 이놈들을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부닥칠 때에는 반드시 하나의 참고가 될 것이라 믿는다.) (pp.10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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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명저들
신병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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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의 우연하게 신병주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신선함에 매료되어 그의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조선최고의 명저들도 찾아 읽은 책의 하나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두번씩을 들어봤을 책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이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그중의 하나를 말해보자, 시류에 맞는 걸로.

실록이 말하는 '우리 땅 독도
       최근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자꾸 우기는 바람에 독도가 한일양국 간의 중요한 외교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독도는 삼국시대부터 우리네 영토임을 보여주는 기록들이 많이 있다. 『삼국사기』「신라본기」와 「열전」에는 512년(지증왕13)에 우산국이 신라에 병합되었다고 기록되어 있고, 『세종실록』지리지『신증동국여지승람』『만기요람』등의 문헌자료와 각종 고지도도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임을 생생히 고증하고 있다.

실록에도 독도가 우리 땅임이 기록되어 있는데, 『세종실록』지리지 원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우산거ㅘ 무릉武陵 두 섬은 현(울진현)의 정동쪽 바다 가운데에 있다. 두 섬이 서로 거리가 멀지 아니하며 날씨가 청명하면 가히 바라볼 수 있다. 신라시대에는 우산국이라 칭하였다.

    위의 기록에서 우선 주목할 것은 울릉도와 독도를 각각 ‘우산’과 ‘무릉’이라는 2개의 섬으로 구분하여 기록하고 있고, 두 섬이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청명하면 볼 수 있다고 기록한 부분이다. 울릉도 주변의 바위섬들은 날씨가 청명하지 않아도 볼 수 있고, 날씨가 청명할 때만 보이는 섬이라면 울릉도 주변에 독도밖에 없다. 결국 『세종실록』지리지의 기록은 독도가 우리 땅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숙종실록』에는 어부 출신 안용복이 일본에 맞서 울릉도와 독도를 되찾은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측은 울릉도를 죽도, 독도를 송도라 하면서 자기네 영토라고 우겼지만, 안용복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당당하게 확인시키고 돌아왔다는 내용이다.

  학생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책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책으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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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택리지 2 - 전라 경상편
신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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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의 글들은 참 많지만, 입맛에 딱맞는 책은 흔하지 않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비해 터무니없을 만큼 부피가 큰 이 책은 지리지와 역사가 잘 섞여있다. 간간이 박혀있는 사진 중에는 갖고 싶은 만큼 탐나는 부분도 눈에 띄고...

  아직 다 읽지 못한 채 리뷰를 달기는 뭣하다만, 경상도쪽을 읽으면서 태백산 줄기 어느쯤의 고장과 마을을 밟아가는 생각을 달린다. 멋지다. 올 해 여름엔 모처럼 가족 모두 오순도순 웰컴투 동막골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태백산 어느 줄기에 매달려 있을까 보다.

  영남대로에 대한 복원의 생각에 동의한다. 현재는 우리가 잊고 있는 길이지만, 자동차를 떠난 내 발로 확인하는 내 산하의 아름다움과 고마움 그리고 생명력은 일생동안 꼭 견지하고 싶은 내 고유의 영역이니까...

  그동안 워드작업에 매달리다보니 - 내 노트북에 100권쯤의 책들을 정리하였다 - 시난고난한 생각들에 홈피를 너무 소홀히 관리한 것 같다. 똑같은 내 영역이고 정과 공을 많이 들였던 곳인데, 균형있는 삶을 산다는 것이, 내 능력을 적절히 배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감한다. 방학도 다가오고 어서어서 책들을 읽어가며 정리해야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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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 사용설명서 내몸 시리즈 1
마이클 로이젠.메멧 오즈 지음, 유태우 옮김 / 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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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을 최고로 생각하는 나이가 되어서도 늘 함께 다니는 몸에 대한 무지가 속속 들어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적인 냄새가 많이 나긴 하였지만, 몸에 대한 각성과 올바로 알고 먹고 아끼고 건강을 유지해야 할 당위성에 대한 동기 부여를 많이 받았다.

  BQ테스트에서 50문항 가운데 달랑 20문항을 맞추다니.... 아마 어떤 시험도 이보단 나았으리라. 정작 잘 알고 있어야 할 몸에 대한 무식함에 긴장하면서 한 챕터씩 열심히 읽고 있다.

  건강한 삶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보암직 한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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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2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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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인물을 두고도 상상력은 사람의 행로를 다르게 만든다. 프랑스 공사 콜랭과 그보다 더한 강연의 사랑을 흠뻑 받은 리진,

  민비와 생을 함께 하면서도 멀리 떨어져 프랑스까지 다녀온 뿌리뽑힌 선구자 - 하기사 선구자란 뿌리뽑힌 존재일 것이다. 과거로부터 단절되고 새로움에 발 디딤으로 인하여 안정성과 일상성으로부터 일탈해야 하는 운명은 늘 버겁고 힘들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의 운명임을 어쩌랴!

  아름다운 여인, 치장과 장식이 필요없는 배꽃같은 여인, 신경숙의 섬세한 서정성으로 인해 작은 설명들이 또한 꽃처럼 아름다운 책이었다. 한숨이 나왔다. 깊은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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