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미인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녀가 그랬다. 총기 있는 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성격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어떤 말도 허투루뱉지 않는, 잠시라도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 삶을 낭비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 때문일 거라고. 인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혼돈과 희미한 것, 불분명한 것들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우리의 모든 행위들은 목적을 가진다고, 애써 노력하는 모든 일들이 낱낱이 실패한다 해도 의미만은 남을 거라고 믿게 하는 침착한 힘이 그녀의 말씨와 몸짓에 배어있었다. - P44

젖은 아스팔트 위로 눈이 내려앉을 때마다 그것들은 잠시 망설이는 것처럼보인다. 그럼・・・・・・ 그래야지………… 라고 습관적으로 대화를 맺는 사람의 탄식하는 말투처럼, 끝이 가까워질수록 정적을 닮아가는 음악의 종지부처럼, 누군가의 어깨에 얹으려다 말고 조심스럽게 내려뜨리는 손끝처럼 눈송이들은 검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았다가 이내 흔적없이 사라진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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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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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어? 산다는 건 시들어간다는 거잖아. 다시 말하자면 시체에 가까워져 간다는 거야. 그러니까 햇빛을 받은 동물은 한껏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힘을 다해 죽어가는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우린 달에 반사된 죽은 빛을 온몸에 쬐어서, 살아가는 것을 아주 약간만 멈추는 거야. 생물은 오직 달빛 속에서만 생명의 속박에서 도망칠 수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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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파묘 대소동 - 묫자리 사수 궐기 대회
가키야 미우 지음, 김양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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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지만 어찌 보면 몇 장 짜리로 끝날 간단한 주제를 인물을 여럿 설정해 입체적으로 구성해서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여운과 감동을 주는 소설도 좋지만 때로는 이런 비스트로 음식 같은 소설도 좋다는 점을 일깨워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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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나도 이런데!

나는 묘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조상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어디에 묻히든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 무연묘6로 하든 산이나 강에 뿌리든 나에겐 과분할 정도다. 비난을 살 것을 알기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본심을 말하자면 내 유골 따위 쓰레기통에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사후 세계 같은 것은 전혀 믿지 않으니까. 유골은 단지 칼슘 아닌가. 생선 뼈와 뭐가 다르지.


- 그르치 그르치

남자는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는데, 사실 말해줘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백인 남성보다 흑인 남성이 여성이 놓인 상황을 더 잘 이해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럴 것 같다. 서로 차별을 당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것이 뭐냐면, 내 인생을 남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누구나 그런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 긍게, 나라는 존재가 사라진 뒤에 뭘 어케 하든 아무래도 상관이 없지 뭐

하지만...불의의 사고로 갈 경우에는 소셜미디어 계정은 누군가 처리를 해줘야 한다...그래야만 많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어...

그리고 장례를 하지 말라고 해 놔야 그나마 남은 사람이 홀가분하게 모두에게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한다고 할 수 있으리...

생각난 김에 아무래도 업데를 해야 하나;;

쉰 살이 되었을 때 둘이 엔딩노트28를 만든 적이 있다. 그 노트는 가끔 업데이트해야 하지만 육십 대에 접어들면서부터 기력이 쇠약해져서 내가 죽고 난 다음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8 자신이 죽었을 때 사후 절차를 위해 재산, 장례, 유언 등 필요한 정보를 남기는 노트

- 여성잡지 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한 트럭임 (여성 중에서도)

왜 일하는 나에게 한가한 남편이 이것저것 명령하는 걸까. 누구의 손이 비었는지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모든 여성잡지에 나와있다. 남편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여자도 나쁘다고 말이다.

아, 그렇습니까? 가위 정도는 스스로 가져오면 좋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내가 나쁜 거군요. 그런 말을 남편에게 하는 순간 남편의 기분이 나빠져서 더 귀찮아질 텐데 말이죠.

어렸을 때는 솔직하던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비굴한 열등감이나 인색한 우월감이 방해해 더 이상 솔직해질 수 없게 된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통해 마음이 넓어진 사람만이 비로소 자신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몇억 명인지 몇조 명인지 모르지만, 태어나서 죽기를 반복하면서 일일이 무덤을 만들다 보면 온 세상이 무덤 천지가 되는데 귀중한 땅이 아깝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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