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마침 내가 애국자라는 걸 알게 되었던 거예요. 웃으시는군요. 웃을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걸 알게 된 것은 샤틀레 지하철역에서였습니다. 개 한 마리가 그 미로에서 헤매고 있더군요. 큼직하고 거친 털에 한쪽 귀가 찌부러진 그 개는 재미있어 보이는 눈초리로 껑충껑충 지나가는 사람의 정강이를 따라다니며 냄새를 맡고 있었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개를 여간 좋아한 게 아니었습니다. 개는 언제나 용서해주니까요. 나는 그 개를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녀석은 반가운 듯이 엉덩이를 흔들면서 내게서 몇 미터쯤 떨어진 곳까지 와서 망설이고 있었어요. 그때 걸음걸이가 활발한 젊은 독일 병사가 내 옆으로 지나쳐 개 앞에 이르더니 그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개는 서슴지 않고 여전히 기쁜 낯으로 그 병사의 뒤를 따라서 그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원통한 심정과 그 독일인 병사에게 느낀 내 분노의 종류로 보아, 그것이 애국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만약에 그 개가 어느 프랑스 사람을 따라갔더라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나는 그 상냥스러운 개가 어느 독일 연대의 마스코트가 된 광경을 상상했고, 그러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반응 검사의 결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일은, 물을 마실 적에 나는 어차피 죽게 될 사람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더 필요하며, 나는 그들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내 생각을 합리화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해서 제국이며 교회는 죽음의 태양 밑에서 태어나는 겁니다.


나는 소유물에 집착하지 않았어요. 사실은 소유한다는 걸 좀 부끄럽게 여겼지요. 사교계에서 잡담을 하다가도 “여러분, 재산이란 살인이나 다름없습니다” 하고 외친 적이 있답니다. 재산을 돈 없는 훌륭한 사람에게 나누어줄 만한 아량이 없어서, 있을지도 모르는 도적의 손이 미치는 곳에 놓아두는 셈이었지요. 그렇게 해서 우연이 부정을 고쳐주기를 기대했던 겁니다.


심판을 회피하는 데 가장 큰 장애는 우리가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의 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우선 단죄(斷罪)를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벌써 단죄가 좀 희미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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