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현실적으로 다급하게 이유가 있어 고르는 책이 그간 전무했던 상황이었는데, <말리와 나>를 읽고보니 이번엔 딱 그런 마음에 저절로 손이 갔구나 싶다.

아마 2001년이었는가보다.

그때 즈음 아이는 만7세가 되었는데, 동생 타령 같은 건 한번도 않고 길 가다 갓난 아기를 봐도 무감하며 외로움도 별루 안 타는 거 같아서 속으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지내던 중이었다.

어느날 강아지 사진에 꽂히더니,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겠다고 졸라댔다. 당시 영국에 잠시 체류 중이었으므로 어림도 없다 했는데, 나도 그 귀여운 모양의 리트리버를 보다보니 저절로 매료가 되어서 우리는 한참 동안 강아지 키우기 관련 글들을 읽고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뒤지며 재잘대며 놀곤 했다.

그리고 그것은 장대한 꿈이 되어갔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돌아와서도 개를 키울만한 공간이나 환경이 턱없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작은 강아지는 노우, 오로지 리트리버 정도 되는 큰 개만을 고수하는 아이의 취향에 걸맞는 환경 제공이란 갑작스레 얻어질 수 없을 뿐 더러, 그만한 개를 키우는 노고가 어떠한건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는 잊을만하면 언제 살까 라는 화두를 내걸곤 했다.

이제 그때가 오고야 말았다.

딱히 미룬 건 아니었지만 언젠가...라고 했던 것이 바로 내일.

나마저 잠못 이루게 그 생각 뿐인데, 아이야 오죽하겠는가.

같이 키우며 지내진 못할테지만 그래도 기본 상식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에 - 아마도 아이는 어딜 가나 개를 떼고 다니기 불안할것이며 그럼 내집에도 올게 분명하다는 계산이 뒤늦게 머리를 쳤다 - 처음에는 그냥 개를 좋아라 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겠네 정도의 감으로 대하던 이 책을 구입하게 된거다.

리뷰 답지도 못하게 개인사나 늘어놓고 말았지만, 책 자체를 놓고 말할 것 같으면,

작가는 작품 내내 객관성을 잃고 내 사랑 강아지 하며 어줍잖은 자랑이나 늘어 놓곤 하는 애송이 실력의 글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작가가 칼럼니스트로 일하니 그렇기도 하겠고, 이미 죽고 난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소중한 말리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일인데 쉽게 쉽게 가자는 식은 싫었어서 공들여 쓰고 공들여 낸 노력이 보인다.

아 , 그러나저러나 아이가 데려올 그 새식구는 어떤 개일까.

속을 썩여도 좋으니 건강하기만 하길.

이 책을 읽고나니, 주로 혼자 지내는 아이에게 래브라도는 무조건 최고로 좋은 친구가 되리라는 믿음이 더욱 확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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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1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2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6-10-2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 쳐주신 님, 우오오 조금 전에 새 식구와 함께 서울로 오고 있단 소식을 들었어요, 이름은 두리로 지었다고 하구 머리 쪽은 황금색 아래쪽은 크림색에 가깝다네요. 가슴이 두근거려요.
또 속삭이신 님, 음 요즘은 고교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을 문하생으로 두고 있다고 하든데...가격이 만만치 않아도 배움의 즐거움은 크리라 잠깐 생각해봅니다.
용기를 내시는 날엔 같이 맛난 음식을 먹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