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슈 장 1 - 서른이 된다는 것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필립 뒤피 외 지음, 황혜영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를 광적으로 좋아한 적은 내 인생에 한번도 없었고 (아니다 만화로 한글을 떼었다고 엄마가 그랬으니 5세 이전에는 그랬을런지도), 소위 성인용 만화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건만, 로드무비님을 비롯하여 알라디너들이 여기저기서 유혹적인 리뷰를 올려주시니, 호기심에 1권만을 구입.

이런 책은 얄궂다.

1권 이라는 숫자만 보더라도 이미 나온 5권까지 이후에도 줄줄 연재가 기다리고 있는 책이란걸 뻔히 알면서, 1권에 나온 내용만 가지고 가타부타 하기도 뭐하고, 어쩐지 성이 차지질 않는 것이 그 첫번째 이유이다.

게다가 작가가 영악해서인지, 하다보니 그렇게 되어버린건진 모르겠으나,

1권에서만 보는 장이라는 인물은 흔하고 평범한 이야기와 주변인물들로 자칫 그다지 개성도 없어보이는 30대 초반이라는 설정이라 쉬이 흥미를 잃을 거 같은 반면에, 살짜쿵 프루스트의 마들렌 빵 이야기나 전시회 장에 가서 마티스에 대해 읊어대는 이야기, 액션 무비와 예술 영화 두 가지를 놓고 친구와 나누는 잡담 등에서 어쩔 수 없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코드를 포진해 놓고 있으니, 성이 차지도 않으면서 가격 대비 얇기만 한 이 책의 2권, 3권을 열성껏 사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많은 한국의 독자들은,

비단 30살이 된 그/그녀들 뿐 아니고 어른이 되어 좋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내 나라 뿐 아니라 프랑스, 혹은 그 어떤 무대에서도 어른이 되면 재미있는 것보다는 외로움과 책임감 만이 나날이 늘어가며 돈이나 명예나 직업적인 성취 따위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잡다하고 영원히 숙제로 남기만 할 일들만 쌓여가는 건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곧 위안이라 느낄 거 같다.

한국이 답답하다지만 프랑스도 마찬가지고, 한국에서는 나이와 직업에 대한 편견이 참 많기도 하다 라고 생각했지만 프랑스도 알고 보면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말이다.

그러한 위안 때문에 이 책은 프랑스에서도 한국에서도 혹은 일본에서도 혹은 아프리카에서도 공공연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 소지를 지녔고, 그런 범용성과 대중성을 지녔음에도 현란함이나 지나치게 튀는 내용이나 그림 없이 소박하고 얌전하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끌어 내며,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겠다.

개인적으로는 엄청나게 매료될 만한 내용을 담은 책이 아니지만, 한번씩 들춰볼 때마다 예의 잔잔한 동병상린 적인 위안감과 다음 편에 대한 기대는 버리지 못할 거 같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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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0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22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상하게 이런 만화가 좋더라고요.
지지부진한 일상이나 소심한 이의 망설임과 혼잣말이......^^

치니 2006-10-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정적으로 사는 쪽으로 정한 건, 90프로가 로드무비님 리뷰 덕분입니다. 차제에 또 구매한다면 이번엔 저 자신의 선택이 되겠지만요.
^-^ 혼자 지내면서 구덕구덕한 일상에 지칠 때 보면 딱일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