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뻐?
도리스 되리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왜 사냐건 웃지요 라고 했던 사람은 누구였더라. 박목월이었나 천상병이었나 아니면 둘 다 틀렸나.

머릿속에 꽃등심 처럼 하얀 줄이 죽죽 가는 거 같았던 날들에, 몸은 주제를 알지 못하고 무리를 강행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한심하게도)

누군가는 희망을 읽어낼지도 모르는 온화한 페미니즘의 글들 앞에서, 나는 그럴 수 있는 기력이 전무했고, "나 이뻐?"라고 물을 정도의 생생한 희구가 생길 리야 더욱 없었으며, 그러니, 차례대로 나를 암울하게만 하는 이 짧은 단편들이 미울 지경인 셈이었는데...

죽죽 눈은 문장을 훑되 , 머리로는 이 책에 나온 여자들보다도 더 비참해지는 나를 마음껏 상상하고 조롱하면서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 눈을 들어 멍 하니 있으면,

"나,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데?" 라는 질문만 떠올랐다.

과연 예의 '왜 사냐건 웃지요'는 명대사이다.

세상은 온통 그저 웃을 수나 있으면 다행인 일들 투성이다.

오늘은 한번 웃었고 내일 두번 웃을거면 정말 정말 다행이다.

안전은 미신이고, 화해는 더이상 미워하는것이 너무 피곤해서 택하는 차선책이다.

자, 이제 이 암울한 책을 어찌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문제야 집어치우고 , 이 책부터 어쩔 건지 물어보자.

이뻐해줘야지, 말똥말똥 나 이뻐 ? 하고 묻고 있는데 어쩌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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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3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x in the snow 2006-09-1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한 건 이런 암울한 책을 읽으면 조금은 위로가 된다는 거예요. 싸이월드의 뽀샤시한 사진 속의 삶들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처럼, 암울한 주인공들의 삶역시 불행기하기만 한것도 아닐테죠.덧붙여 내삶도 어딘가 그럴듯한 구석이 있지 않을까 하는 당돌한 생각도 해보고.후~

치니 2006-09-15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여기서 뵈니 색다르고 좋은데요? ^-^ 이뻐할 수 밖에 없는 책이드라구요. 안 보고 싶은 내 치부를 보게 만드는 구석이 그리 많은데도...

Fox in the snow님 / 맞아요, 어쩌면 모두들 비슷한 양의 행과 불행을 가지고 살아가겠죠. 그 중 어디에 많은 비중을 두고 사느냐에 따라 낙천적이거나 비관적이거나 해지는 걸테구... 저 책을 읽을 당시엔 후자였어요. 근데 지금 리뷰를 보니, 그때보다 상황이 많이 나아진 걸 실감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