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개정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닉 혼비의 <피버 피치>도 축구를 모르면서 읽어냈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바로는 야구 이야기만이 아닌 무엇이 있다고도 하길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제법 흥분하면서 대출을 했던 내가 순진한걸까.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 라인이야, 괜찮다고 해두자.

독서 경력으로 치자면 그래도 몇십년인데 특이한 시도라고 쳐 줄 수 있는 문제니까.

그러나 문제는 난독증의 유발에 있었다.

어려운 것을 해법 수학처럼 풀어내며 읽어보려는 노력을 할 바에야, 독서 따위는 말아 버리는 게 낫다고까지 생각하는 편협된 나로서는, 이 눔의 책을 계속 읽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이 되는 대목이 종종 나타난 것.

같은 이름이라도, 같은 말이라도 어렵게 쓸 뿐 더러 - 이것이 과연 번역서이기 때문일까 라는 물음에는 노우다 - 야구의 공식도 도통 알지 못하고 읽는 내게는 많은 문장들이 무슨 암호 같아 보였던 것.

별 세 개는 이 작가의 노력에 대한 지불이다.

열심히 어떻게든 자신의 머릿 속에 있는 많은 생각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총체적인 집합체로 풀어보려 했던 것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나로서는, 앞으로는 다른 이들의 리뷰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죽 보고나서 느낌만으로 책을 택하는 우를 자주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이제야 읽어보니, 마하연님의 리뷰를 미리 잘 읽었더라면, 이 책을 대할 때 그렇게 신이 나서 대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 )

마술같이 읽혀지는 책을, 어디선가 만나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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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입사이로 웃음 분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from 고치 2007-10-30 22:00 
    이게 도대체 뭐야? 도대체 무슨 말 하고 있는거지? 라고 느끼면서도 손을 놓지 못한다. 쭈삣쭈삣거리며 능청떠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입가로 웃음이 피식 세어 나온다.   단지 예고에 불과 했던 '피식'은 곧, 불을 뿜어내며 분출하는 화산처럼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웃긴다.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정말 웃긴다." 웃음 뒤에 남는 공허함을 아는 분 혹은 알고 싶은 분에게 
 
 
mooni 2006-09-1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편안하고 익숙한 걸 낯설게 써서 새로워 보이게 하는 기술에는 대략 감탄을 했었는데요, 현학적인거 싫어하시는 치니님 취향은 아니었을 것같군요. ^^

근데, 마술같이 읽혀지는 책이라. 가끔 보면, 치니님은 소박하게 엄청난 말을 하십니다. ^-^ (돈 얼마나 벌고 싶어, 그러면 음, 많이는 말고, 빌게이츠 정도일까? 하는 식으로...ㅋ)

sudan 2006-09-1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은 절판 된 이후에 책 좀 읽는다 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전설이 됐었나보더라구요. 그래서 재출간 후의 최근 리뷰는 실망스럽다는 게 대세구요.
저는 이 책을 도서관 일본문학 코너에서 손에 집히는 대로 집어들었다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다 읽었던 기억이 나요. 뭔가 미치도록 쓸쓸한 기분이었어요. 아, 그런데 그게 벌써 십년전 일이군요. 그 때도 가을이었고, 전 지금 이 소설을 읽어도 또 그런 느낌일 것만 같은데.. 흠.

치니 2006-09-12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하연 / 그러고보니, 현학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편이네요. 그런데 단순히 지식 자랑 하는 사람 같진 않아보였어요. 제가 워낙 무식하니 못알아듣는 것도 많았겠죠. ^-^

수단 / 절판이 되었는지도 몰랐었고, 전설인지도 몰랐었어요. 읽고나서 어딘가 참 기이한 책이다 싶어서 리뷰들을 보니 그랬었네요.
미치도록 쓸쓸한 기분, 야구에 대한 지식 여부를 걷어내고 나면, 야구 따위는 사라지고 만 미래 어딘가의 세상에서 이상한 이름들을 짓고 혼자 떠드는 거 같은 모습 때문에 들만도 한거 같아요. 다만 , 제가 개인적으로 이해력이 워낙 딸리는 소재이다 보니 이런 식의 리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