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작문교실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8
조민희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상당히 신선했다고 기억되는 어느 어느 상을 받은 <우리들의 작문교실>이라는 단편이 포함된 조민희 작가의 첫번째 단편집이다.

그야말로 밑줄 긋고 싶은 신선하고 야무진 표현들이 있었고, 단순하게 감각적인 문장 수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마음 바닥에서부터 길어올린 것 같은 울림이 있었다고 느꼈었던,

그 <우리들의 작문교실>.

책을 펼쳐 첫번째 두번째 단편을 읽어갈 때 까지만 해도, 예의 상 탄 작품을 능가할만한 수작을 기대하는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건만,

끝내 그 이상이라고 박수를 쳐줄만한 작품은, 내겐 없었다.

아무래도 현재로서는 이 작가에게는 경험한 것 만큼만, 잘 알고 있는 것 만큼만을 밀도있게 조정하여 풀어내는 능력을 초월하는 상상력 펼치기의 작문교실이 여전히 필요한 것 같다.

*

가끔 나도,

가슴이 답답하고 알 수 없는 우울이나 근심에 시달리면 무언가를 마구 적고 싶어진다.

<우리들의 작문교실>에 나오는 위니와 펄처럼, 말도 안되는 제목이라도 하달 받으면 그에 맞건 아니건 말로는 어쩐지 잘 안되던 것들을 줄줄 흘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이제 너무 커버린 나는 작문교실을 쉽게 노크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돌아다니며 수많은 블로그와 서재를 들락거리면서, 이러쿵 저러쿵 토나 다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뭐든 열심히 하는 걸 못하는 천성 탓에 이 모양이긴 하지만, 어릴 적에 제대로 작문 수업을 받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작가는 못되었더라도 글 쓰는 직업은 가질 수 있지 않았으려나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쉬움은 이제 그만.

무조건 읽어대는 습관도 이제 좀 자중하고.

뭐든지, 하려면 좀 제대로 해야겠다. 애꿎은 작가들 질타하기 이전에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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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8-2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세련된 문장을 쓰는 분들이 그렇게 부러웠는데, 요즘 드는 생각이 글 쓰기가 문제가 아니라 관점이 문제인 것 같아요. 음, 그러니까 주변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같은거요. 멋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진정성을 드러내는 글이 좋더라구요. 하지만 그런 건 어디 가서 배울 수도 없는 거라. (그런데, 치니 님은 욕심도 많으세요. 글을 얼마나 잘 쓰시려고 그러세요.)

치니 2006-08-2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 저도 그래요, 아무리 세련되고 잘 썼어도 멋 좀 냈다는 티가 나면 외면하게 되요. 그런데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야, 소박하면서도 말하고 싶은 것을 잘 표현한다는게 그리 쉽지만은 않으리라 이해가 가기도 하죠.
욕심은요 뭘. 그래도 그런 이해를 하는 독자로서, 너무 잘쓴다 못쓴다 타박이 많은 거 같아서, 반성 좀 한거죠.^-^;;

로드무비 2006-08-2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의 작문교실'은 저도 생각나요.
읽으며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스스로 먼저 도취한 글이나 문장은 저도 싫어요.
전 너무 도취가 안되어 문제입니다만.ㅎㅎ

수단님 뵈니 너무 반갑네요.^^

2006-08-21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6-08-2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맞아요 스스로 먼저 도취한 글이나 문장, 그런 가짜(라고까지 하면 너무 한건가)는 티가 팍 나죠.
저도 도취가 안되어서 이렇게 냉정한가봅니다만. ^_^

속삭이신 님 / 이야 , 기뻐요. 기다리는 마음.

mooni 2006-08-2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등학교때 작문시간이 거의 쥐약이나 진배없었어요. 얼마나 지겨웠던지. 교실에서 배워야 하는 작문이란 건 뭔가 끔찍해요...그러나 그런 얘기는 아닌 것같고. 다른건 몰라도 치니님 추천의 작문교실,은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치니님도 참 구석구석 읽으셔요. 전 치니님 보시는 책들 중에 먼저 본게 거의 없어요. 이 책도 첨 봐요. -_- )

치니 2006-08-2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하연님 , 뭐든지 학교에서 하면 왜 그리 재미가 없는지들. 클클 문제가 학교 쪽인가 내 쪽인가, 아무래도 학교 쪽이 더 하겠죠?
에헷 제가 구석구석 읽어서라기보담, 마하연님은 모르는 분야 잘 찾아보시는 편이고, 저는 그냥 원래 알던거만 죽 또 찾아보는 편이라 길이 다른거 아닌가 싶어요.
이 작가의 글을 읽으려면, 이 단편집보다는 전에 상을 탔던 - 아 어느 상인지 기억이 잘 안나욤 - 그 문학상 수상집을 사는 편이 나을 듯 합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