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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ㅣ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평점 :
최근 내게 어떻게 하면 잘 살까와 비슷한 빈도수로 떠오르는 주제는,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
1. 얼마전 뉴스에서 본 보랏빛 스카프로 손목 꼭 매고 동반 자살한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죽음,
- 이건 중풍이나 치매에 걸렸을 때 써먹겠고,
2. 얼마전 [커피와 담배]에서 짐 자무쉬가 그려낸 커피 마시고 담배 피다가, 어디선가 꿈결처럼 들려오는 말러의 아리아를 듣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야... 읊조리다가, 낮잠 자는 죽음,
- 이건 정말 운이 좋아야 하니 기대를 말아야겠고,
3. 엊그제 겨우 책장을 덮은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처럼 맥주 두 잔 마시고 취해서 독에 빠진 지 모르고 그냥 미끄러지듯 안녕 하는 죽음.
- 이건 어째 좀 낭패감은 들겠다만 특이해서 일단 기억해두기로.
짐 자무쉬가 커피와 담배 따위로 족히 열 몇가지 되어보이는 이야기를,
재미없어 하품 나 소리도 못하게 꼼짝 붙들어매놓고 보여주어도 볼멘 소리 한마디 못하겠는 것처럼,
우리 쏘쎄키 선생님이 이 길게 길게 늘어진 뫼비우스의 띠 같은 이야기를 시도 때도 없이 삼천포로 빠져가며 , 자조와 냉소와 비난과 반성 속에서 허우적대는 걸 보기가 지겨울지라도,
불평 한마디 못하고 고개를 숙이게 되는 건,
세상에는 역시,
잘난 이야기꾼들이 많지만, 존경하게 하는 이야기꾼이 턱없이 부족해보이기 때문일 것.
독서의 재미란,
여전히 팔랑팔랑 넘어가는 것보다는,
조금은 엄숙한 데서 찾아지는 건지도.
족히 한달 가까이 걸려 완독한 이 책이, 미욱하기보다는 애장품같은 표표한 빛을 발휘하는 걸 보면 말이다.
* 하하하 , 그러고보니 그렇게 욕해놓고 또 문학사상사의 출판본을 골랐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