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주문이다. 어느 정도로 감각적인가 하는 것이 주술력의 척도다. 나는 행복한 감각을 깨우는 시를 쓰고 싶다. 경박할 정도로 명랑한 시. 따뜻하고 향기롭고 자유로운 시! 그런데 '심금을 울릴 정도로 명랑한 시'라는 것도 있나? 심금은 왜 비애에만 울리는 것일까? 내게 시를 쓰게 하는 애초의 감정은 비애다. 그런데 나의 비애는 말라있다.실패할 경우에는 뻣뻣할 정도로. 하지만 난 질척거리는 게 싫다. 그것이 문제다. 수분 함량을 조절하는 일. -89-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