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물음 앞에 섰던 기억은 별로 없다.

대신,

왜 나는 사랑을 그냥 사랑대로 하지 않는가,

라는 물음 앞에 섰던 기억이 많다.

사랑을 그냥 사랑대로 하는게 도대체 어떤거인진 나도 모르겠다.

다만, 알랭 드 보통 식으로 하는건, 사랑을 그냥 사랑대로 하는거 같지 않다는 것만 알겠다.

물론,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연애 소설이지만, 어떻게 보면 철학 책이다.

그것도 이제 스물 다섯의 나이의 작가에게 어울리게 아주 잘 무르익지는 않은 설풋한 과일의 철학.

(역자 후기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 이 글을 모두 스물 다섯에 썼다 친다면)

 

사랑에 방정식이 있나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등등

사랑은,

무슨 무슨 되는게 있는거 같지만,

무슨 무슨 되는게 없지 않은가 , 도무지. 허허.

 

사랑 사랑 사랑.

지겹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하는 기우뚱한 호기심에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역시 중반에서부터는 완전히 지치고 말았다.

지적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가 잔재해 있다는 이 사람의 사랑설은,

역시 지적이지 않은 내가 읽어서인지,

자꾸만 일절만 할걸 이절도 하네 라는 생각만 들고, 하품이 나기도 하고 괜히 어렵기도 하다.

 

앙 하고 울면 얼른 뛰어가서 안아주는 엄마 같은 사랑,

멋대로 규정 짓지 않고 그저 있는대로 살아가게 두는 사랑,

포근하고 아늑하고 무지하게 힘이 들어도 상대를 위해 애써 웃는 사랑,

그냥 나는,

그런 사랑이나 하고 싶은데.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udan 2006-04-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유원씨는 알랭 드 보통식의 가벼운 철학이 유행하면서, 철학이 더 이상 '탁월한 그 무엇'을 다루지 않게 될까 두렵다 하더군요.
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스물 다섯 살 작가만이 연애와 사랑에 대해 이렇게 귀엽고 진지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 그래도 지겹다 하시는 치니님 평에는 공감하는 게,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몇 개 더 있는 것 같던데 비슷한 얘기들을 할 것 같아서 읽어보고 싶단 생각은 안들더라구요. ^^

Fox in the snow 2006-04-1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을 재밌게 읽었어요.아주. 당장에 맘에 들어 보통씨 책을 또 사서 읽었는데, 그제서야, "일절만 할걸 이절도 하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나름 재밌긴 해요. 코미디프로에 나오는 박사님같아요. 사소한 문제를 심각하게 풀어서 재미를 유발하는..^^

치니 2006-04-1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Fox in the snow님,
두 분 시각처럼 귀엽게 , 코미디 프로 박사님 이야기처럼, 그렇게 보면 재미있을것을 , 그 재미도 못느끼는 제가 사뭇 한심합니다.
아마 요즈음에 제가 원하는게, 이런거가 아닌가봐요. 책도 다 때가 있어서... ^-^

치니 2006-04-1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수단님 !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다시 한번 못드리고 , 꿍시렁만 했으니, 괜히 죄송하네요. ^-^;;

2006-04-11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6-04-1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누군가가 선물한 책을 읽으면, 읽는동안 내내 그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요. 저도 수단님께 선물하고 싶은데...위시리스트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