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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독 외 - 2004년 제5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이현 외 지음 / 해토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내가 고독한 지 잘 몰라요.
가끔 외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까짓 외로움 정도는 누구나 있을 법 한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죠.
그리고 타인의 고독을 본다고 착각하죠.
그런데 그 타인들은 사실 나에요.
그리고 그 타인들이 나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은,
정말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두려운 순간이에요.
그래서 도망치죠.
도망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술집,
영화관,
카페,
각종 여행지 …
각종 만남의 장소…
슬픈 거 같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거 같기도 해요.
사실을 인정만 하면, 대부분의 일들은 늘 그런 식이 되죠.
그래서 화를 낼 일도 없고 떨릴 일도 없는 무감무상의 날들이 지나가요.
그리고 언젠가 죽겠죠.
이런 덜 떨어진 허무주의는,
누군가 보기엔 역겨울 거에요.
사실 나도 그래요.
정이현씨도 그랬나봐요. 이런 글을 적게 된 것을 보면.
글을 쓴다는 것은 그래서 좋기도 하고 참 싫기도 하겠습니다.
특정한 대상도 없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 종종 들겠어요.
아마, 나는 영원히 글쟁이 따위는 될 수 없겠습니다 (설사 실력이 된다 하드라도)
이런 발가벗김, 초연히 버틸 수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