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가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지극히 간단히 말하자면, 결론을 준비하기보다는 그저 정성껏 계속해서 가설을 쌓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가설들을, 마치 잠든 고양이를 안아들 때처럼, 살그머니 들어올려(나는 '가설'이라는 말을 쓸 때마다 늘 곤히 자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따스하고 보드랍고 포슬포슬한 의식이 없는 고양이) 이야기라는 아담한 광장 한 가운데에 하나씩 하나씩 쌓아올린다.

가설의 행방을 결정하는 주체는 독자이지 작가가 아니다. 이야기는 바람과 같다. 흔들리는 것이 있어야 비로소 눈에 보인다.

당신이 굴튀김에 관한 글을 쓰면, 당신과 굴튀김의 상관관계나 거리감이 자동적으로 표현되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끝까지 파고들면 당신 자신에 관해 쓰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이른바 나의 '굴튀김 이론'입니다. 다음에 자기 자신에 관해 쓰라고 하면, 시험 삼아 굴튀김에 관해 써보십시오. 물론 굴튀김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모두 둥그렇게 모여 앉아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야아, 곤란하군요" "좀 난처한 걸요" "좀처럼 결론이 나질 않네요" 하고 머리를 긁적이거나 수염을 만지작거리거나 팔짱을 끼는 것. 어디선가 빌려온 것 같은 결론을 들이대며 호언장담하지 않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사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거기에는 유머라는 게 있다. 그것 역시 아주 중요하다. 웃어넘기는 것. 웃어선 안 되는 일이라도(아니, 웃으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무심코 웃어버리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