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버먼의 자본론 - 과연,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는가
리오 휴버먼 지음, 김영배 옮김 / 어바웃어북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B가 물었다.
"휴버먼의 자본론을 읽고 무슨 생각했어?"
나는 답했다.
"으응, 절대 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
B는 왜냐고 물었지만, 나는 설명하기 귀찮다고 했다.
하지만 속으로 괄호를 생각했다. 절대 일하지 않겠다는 생각 옆에 붙은 괄호 - 그것은 이런 체제 하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뜻.

결론이 저렇게 나니, 이 책의 뒷면 광고에 나온 말대로 이 책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불온한 책'일런지도 모른다. 아, 물론 역시 괄호가 있다.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말이다.
사회주의라면 질색팔색 불온하고 실패한 퇴물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대놓고 설득하는 이 책을 읽고나면, 다른 건 다 한번쯤 '그래도 ~ 하지 않습니까?'라고 부러 태클을 걸 망정, 생산수단을 갖지 않은 계급이라면 누구나, 다른 무엇을 떠나서 오로지 <자본가를 위해서> 일하는 수 밖에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에, 저런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과연 불온한가?
혹은, 이 책을 썼을 당시가 소련이 아직도 공산주의의 희망을 잃지 않았던 1950년대이기에 지금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대답은 과감하게 노우다.
소련이 망하고 러시아가 들어섰지만, 자본주의는 이제 그 활개를 더욱 펼치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거센 바람 속에 스스로 들어가 자멸해가면서 전보다 사정이 더욱 나빠졌다.
누구에게? 나에게, 너에게, 우리 모두에게.
실업과 공황과 전쟁을 몸소 겪으며 더 지난하게 일한들, 지금 이 체제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노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숨이라도 쉬려면, 아 - 한숨이 나오지만, 다시 한번, <꿈>을 꾸어야 한다.
그 이름이 사회주의인지, 유토피아인지, 몽상인지, 공산주의인지, 마르크스주의인지, 아무렇게든, 대고 싶은대로 대라.
아무튼 세상에 영원한 시스템은 없다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믿고, 우선 꿈 꾸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런 꿈에 반기를 드는 사람, 정말로 불온하다. 그는 아마도, 이 체제 하에서 단 한 푼의 이윤도 잃고 싶지 않은 <자본가>일 것인데, 언젠가 자신에게도 돌아올 부메랑을 생각해서, 제발, 어서 정신차리길. 이 책이 알라딘 인문 MD님이 고른 Sorry CEO 추천도서 목록에 오른 이유도 아마 이런 마음에서 연유한 것이리라, 제멋대로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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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11-09-2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어떤 이유로 '불온'이란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 책 좀 불온해 보여서 좋네요.
아, 불온해지고 싶은 가을이네요. 잘 지내시죠, 치니 님?

치니 2011-09-21 15:07   좋아요 0 | URL
'어떤' 이유인지 궁금해요. :)
이 책은, 불온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아주 잘 쓰여진 책입니다. 읽어보심 좋을 거라고 확신해요.
잘 지내요, 카이레님도?

turnleft 2011-09-21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 옆에 붙은 문구가 참 아이러니해 보이는군요 -_-;

"휴버먼의 자본론 - 과연,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는가 [1000원 적립금 증정(~9/24)]"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지 않을거라는 강력한 암시일까요 -_-;;;;

치니 2011-09-21 15: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예리한 턴레프트 님에게 딱 걸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