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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내내 '어어 이거 그야말로 너무 불온하고 저항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에 의한 문장이 많아서 욕 좀 듣겠는데', 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나는 불온한 B급 좌파입니다'라고 애저녁에 정체성을 까놓고 오랫동안 씨네21에 맥락을 같이 하는 칼럼을 썼던 사람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이런 책을 읽으면야 역시 '자의'적으로 고른 책일테니 별 무리 없겠지만(아니, 오히려 더 쎈 걸 원했다가 실망했을 수도), 저자의 그런 경력을 잘 모른 채 유명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종교학에 대한 관심을 이유로 이 책을 선택했다면 제대로 낭패감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아니나 다를까, 알라딘의 모님은 이런 40자평을 남겨주셨다.
"예수전이 아닌 안티 예수전이다. 저자는 회개하라. 당신은 예수전을 쓸 자격이 없다"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특정 종교를 주제로 삼아 공론화 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고 심지어는 예의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고있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는 그런 터부를 깬 지 오래다. 그저, 어떤 이는 기독교를 옹호하거나 맹종하고 어떤 이는 개독교라고 하면서 미워하는 식의 이중적인 시각만 남아 있는 것 같아서(나만의 착각일런지도 모르겠다, 교회에 안나가는 처지에 실제 기독교인들의 모든 생각을 두루 접한 건 아니므로) 안타깝기도 하다.
종교란 참으로 개인적인 것이면서도 그 지난한 역사가 말해주듯이 국가 체제나 기득권의 변화에 따라 그 존재이유를 달리하는 숙명을 지녔으니, 금기시 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되고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는 대상이 되는 것도 이해가 된다만, 기본적으로 나는, 특정 종교인이 비종교인에 대해서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모든 종교가 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람은 워낙에 물질이나 육체에 집착하는 나약한 종이라는 걸 인정한다는 거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 인간에 의해 망가지는 것을 숱하게 체험하면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은 지 오래인 사람들이 기댈 곳은, 그러니까 종교일 '수도' 있다는 거다.
이 책 '예수전'이 다분히 김규항의 평소 소신, 그러니까 변혁에 대한 갈망, 그리고 그 변혁을 이루기 위한 각 개인의 깨우침을 도모하고자 씌여진 냄새가 나서(이게 좀 지나치면 교조적이다 싶은 구절도 있었고) 내심 기대했던 김규항의 변신(?)이나 문학적 울림은 곧 포기해야했지만서도, 아무려면 어떠냐. 수많은 학자들이나 복음을 고쳐쓴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예수'에 대하여 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김규항도 한번 그래보는게 뭐 어떠냐 말이다.
그런데 나는, 결과적으로 이 책이 재미있지가 않았다. 이 책의 대부분이 '예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너희가 알고 있는 예수랑은 다르다고!'라고 설파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를 하고 있지만, 나는 성경을 통독한 적 없으니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아는 예수랑 (혹은 대다수 개신교에서 말하는 예수) 김규항이 마르코복음을 분석해서 알아낸 예수랑 얼마나 다른지 잘 알 수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겠고, 그 다름은 아직 내게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저자가 말했듯이 세상에는 실제 예수는 아니지만 예수의 삶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곧 종교가 되지는 않지만 그들을 본받으면 종교가 없이도 충분히 공명하고 내 안의 영을 맑게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 '나만의 예수'가 없는 나는, 예수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보다 예수와 유사한 삶을 사는 이 시대의 (겉으로는 평범할 지도 모르는)사람이 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