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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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평점 :
얄팍하고 작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표지는 하드커버를 쓴 이 책의 외양은 아쉽게도 그 속내용과 닮아있다.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쓰인 단어의 무게감을 믿고 뭔가 얻을 요량으로 기대를 잔뜩 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은 곧 실망하게 될 지니, 아무쪼록 만약 일독을 하실 분이 있다면 출퇴근 길에 가볍게 읽을만한 에세이 정도로 기대하시길 바란다.
나쓰메 쏘세키와 막스 베버, (약간의 톨스토이)등의 위대한 작가들의 고매한 작품에서 깊은 고민의 결과로 나온 인용할 문장들을 얻어다가 자신이 재일 한국인으로써 겪은 정체성 고민이라는 개인적인 경험담을 섞어 버무리는 방식 자체를 놓고 비난할 것 까지야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정도의 제목을 들고 화려하게 등장했다면 단순히 시대의 우울을 배경 삼아 마케팅으로 승부하려는 책으로 보이지는 않게 좀 더 깊고 웅숭한 고민의 그늘을 보여주려고 신경을 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짧은 챕터 안에 그다지 울림이 없는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저잣거리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왕년에 우리가 이토록 고민했던 것들이 아직도 현실에서 개선되지 않음'을 통탄하는 뭇 일반인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괜시리 억울하단 말이다.
불평이 길었다. 그냥 한 줄 서평으로 썼다면 '아이고 고민하는 힘 보다는 고민하지 않는 힘을 알려주는 책을 차라리 원해요'라고 할 뻔 했다. -_-;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별로 없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나쓰메 쏘세키의 책들이 많이 거론되는데 그 중 아무 책이나 읽어도 이 책보다 훨씬 고민거리를 많이 던져줄 것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별로 없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자아의 어둠을 찾다보면 이유도 모르는 이매망량(온갖 유령과 도깨비)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그것을 피한다는 의미에서 고민 없이 사는 것도 현명한 삶의 방식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얼핏 원숙한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진짜로 원숙한 것이 아니라 바닥이 얕은 원숙함, 즉 원숙한 기운만 풍기는 것이지요.
위 구절에서 여러 사람들을 떠올렸다. 작가가 딱 이 부분만을 빼서 한 권의 책을 썼다면 딴지일보 김어준씨 정도의 (그가 쓴 '건투를 빈다'에서 보인 정도)설득력은 가졌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