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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양희진 옮김 / 문파랑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신년부터 뻘짓이다. <사는게 거짓말 같을 때>라는 저 제목은 <게 공선>을 검색하자 바로 밑에 나온 공선옥(공선이라는 단어 때문에 같이 검색된) 책의 제목인 것.
아무튼 그렇다, 이 책을 읽고나면 사.는.게.거.짓.말.같.을.때.가 정말로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걸. 1930년대에 작가가 쓴 이 책이 현 세대에 주는 의미는 자못 크지만 심정적으로는 그 반대였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면서 읽는다.
그 때 그렇게 고통 받던 노동자들이 아직도 이렇게 고통 받아야 한다면, 도대체,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한번이라도 받아들여주고 있는 걸까 싶고, 인간이라는 종족이 하는 짓이라곤 무한반복 속에서 이기심을 차곡차곡 늘려가는 것 외에는 없는 것인가 싶고.
지독한 고문에 가까운 일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태업을 했을 때 공장 안의 감독은 생각 외로 그들에게 어떤 행동을 가하지 않았고, 파업을 했을 때 감독은 의외로 태연했지만 사실은 윗선을 불러 공권력으로 해결하려는 꿍꿍이가 있었고, 윗선은 노동자들을 한꺼번에 제압하는가 싶더니 파업을 막지 못한 감독을 잘라버려서 윗선 편에 서서 똥고물이라도 받아먹으려는 감독에게 '내 편이라고 생각한 쪽이 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노동자들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대항하면 적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는 스토리.
눈물이 날 정도로 현실과 닮아 있는 이 스토리에서, 영하 10도의 추운 새해벽두부터 길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방송언론인들을 우선 떠올린다. 귀족들의 놀음이라고? 박혜진 아나운서가 명품을 입고 전단지를 돌리니까 더 그렇게 보인다고? 1억 연봉이라고? 이러지들 말자. 뭉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다시 지난 해 말처럼 뒤로 가는 민주주의를 할 사람인데도 돈 좀 벌게 해줄까봐 뽑아주고, 지난 여름처럼 아이들을 배반할 사람을 내 아이 돈 좀 벌게 해줄까봐 뽑아주고, 그런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해서 게 공선의 노동자 신세가 될텐가. 그 때는 좀 더 여유있게 사는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살 수가 없는 지경이 될 게 뻔한데도. 제발, 이제는 내가 살자고 남 모르겠다 하지 말고 남이 잘 살아야 나도 잘 산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나부터!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64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