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라이프
이케자와 나쓰키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그러니까 이제, 소설가는 현대 문물과 동떨어진 사람이라거나 우주나 물리 같은 것과는 학교 다닐 때부터 참 멀었던 사람이라거나 하는 생각은 바뀌어야 마땅하다.

그다지 많지 않은 내 독서 목록들을 들춰봐도, 수학자 과학자 물리학자 출신들이 꽤 되는데다가, 그 학문들이 사유를 하고 그것들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한 학문이어서 더더욱 그런지, 이 사람들의 글은 어디 다른데서 들었다면 헛소리 같았을 이야기도 아주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솜씨 - 소설가라면 무릇 갖추어야 하는 - 가 일품이라는 것이 (독자에게는 물론) 즐거운 공통점이다.

이 작가 또한 그런 즐거움을 준 고마운 분.

소설을 읽으면서, 아 맞아 나는 우주 안의 조그마한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지, 라고 여러번 자각했던 소설은, 이 작품 말고는 그 유명한 '어린왕자' 뿐인 나에게, 스틸라이프는 묘하면서도 여운이 긴 작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눈에게 올라가는 것이라는 설정을 할만큼 엉뚱하면서도 환상적이다가 공금횡령과 증권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미스테리 느낌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벚꽃놀이와 자아 찾기로 되돌아가는, 은근히 발칙한 요 아저씨야.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만큼 고집이 세실 것 같아서.

장편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고 단편은 읽을만하면 뚝 끊어져서 별로라는 독자가 있다면, 이렇게 중편 2개가 사이좋게 들어가 있는 작품집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처럼 두 작품이 고루 재미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기본.

첫번 째 스틸라이프가 다소 엉뚱한 소재였다면, 두번 째 작품인 '난 갈매기다'는 싱글파파와 딸이 등장하면서 조금은 일반화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파파는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련되어 있는 무언가 중요한 과학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면서 끊임없이 인간 존재를 우주 안에서 바라보는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다. 게다가 러시아사람을 만나서 하는 대화를 보라! 역시 이 작가의 고집이 뚜렷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우주는 광대하고 나는 그 안의 점만도 못할만큼 작다. 그래도 내가 없어지면 우주도 없어진다. 아 ,인간, 그 지겹고도 알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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