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수치가 아니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들은 가난한 자를 욕보인다. 그들은 예전에는 타당했을 지 모르나 이미 효력을 상실한 속담으로 그를 위로한다. 그러한 속담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가혹한 속담과 별반 다르지 않다. .... 혼자 있는 사람은 많은 것을 참아도 무방하고 숨길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참아도 된다. 그러나 그 가난이 거대한 그림자처럼 그의 민족과 가정 위에 드리우는 경우에는 결코 가난과 평화협정을 맺어서는 안된다. 그는 그들 모두에게 가해진 모든 굴욕에 대해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이 더 이상 원한의 내리막길이 아니라 반란의 오르막길을 닦게 되는 그날까지 자기 자신을 단련시켜야 한다.그러나 아무리 극도로 두렵고 어두운 운명적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매일, 아니 매시간 신문의 논쟁거리로서 그럴싸한 온갖 원인과 결과를 들어 분석되는 데 그친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예속하고 있는 저 어두운 힘들을 그 안에서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사정이 이런 한 아무런 희망도 없다.-86쪽
부와 가난의 영역에 대한 고귀한 무관심은 생산된 제품에서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생산된 제품은 모두 그 제품의 소유자에게 찍히는 도장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그를 불쌍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든 아니면 협잡꾼으로 보이게 하든 둘 중의 하나다. 진정한 호화로움은 거기에 정신과 다정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호화로움 자체를 잊을 수 있는 데 반해서, 이곳에서 활개를 치는 사치품은 뻔뻔스러울 정도로 그 견실함을 과시하기 때문에 어떤 정신의 발산도 거기에 부딪혀 깨지고 말기 때문이다.-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