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everything, a beautiful, a good, a working woman ... it is my wife. She is the most important thing in my life."

토요일 오전, 티비를 켜는 일은 거의 없는데 오늘은 저 노인의 저 세 마디를 듣기 위해 하나님이 나를 깨웠나보다.

채널을 무심코 돌리다가 김장훈씨가 단독 엠씨로 나섰기에 흥미를 느껴 바라본 <무한리플60억의지혜>라는 프로그램.

우리 남편이 변했어요,라는 시청자 사연을 재연으로 꾸미고, 소위 지구촌 re: 를 받아본다는 것이 방송 컨셉인가보다.

술을 즐겨 마시고 노는 거 좋아하는 남편이 미워죽겠는 새댁에게 지구촌 갖가지 커플들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리플을 달았다는데...

딱 보기에도 포스 작렬이신 미국 호호 할머니 100세 생일 기념파티가 눈에 쏙 들어온다.

이 할머니 시의원까지 출마하신 경력 답게 당당하고 멋지고 그야말로 짱짱하다.

생일파티에서 마음껏 자신의 건강을 즐기던 할머니가 파티가 끝나기무섭게 달려가는 실버타운엔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1925년 결혼하여 결혼 80주년에는 교황의 축하 카드까지 받은 그야말로 백년해로 잉꼬 커플.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달리 말조차 할 수 없을만큼 노쇠하여 겨우 할머니가 떠주는 음식을 받아 잡숫고 겨우 할머니의 손을 맞잡고 앉아 계시더니...

다시 태어나도 할머니와 살 거냐는 피디의 질문에 기적처럼 입을 떼어 위와 같이 말하고 할머니랑 다정한 키스를 하셨다.

아이 갓 에브리씽... 그가 애써 뗀 입으로 처음 하는 말, 아이 러브 유보다 훨씬 강하고 믿음이 가는 말. 쭈글쭈글 숨은 제대로 쉬어질까 싶은 얼굴로 하는 말. 그가 방송 중 갑자기 하늘나라로 간다 해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으로 기억되리라는 마음이 들만큼 부럽던 얼굴.

핵심은 사랑, 김장훈씨의 마지막 멘트였다. 첫 방이라 조금은 어색해보이던 그의 진행이 갑자기 돋보이던 순간이었다.

봐라, 이러쿵 저러쿵 할 것 없다.  러브 이즈 올 유 니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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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8-06-02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님 그동안 페이퍼 몇 올리셨군요.
제가 방송 프로그램이라면 빠삭한데 저런 프로그램이 있는 걸 몰랐네요.
그 전, 인간극장에서 닷새간 방영하는 김장훈을 보고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그의 역동적인 모습이 좋으면서도 한편 의아하게 느껴지고,
뭔가 파고들고 싶은 어떤 부분도 슬쩍 보이고.
아무튼, 이러쿵저러쿵 할 것 없다는 마지막 말이 참 상쾌합니다.
전 최근 허튼 말이라고 생각되는 말을 안해 버릇하니
도대체 할 말이 없는 겁니다.

허튼 말이냐 허튼 짓이냐 속으로 따지는 버릇을 내팽개칠까 봐요.
그래야 언젠가 저도 저 할아버지처럼 근사한 말을 기다렸다는 듯 할 수 있겠지요.^^




치니 2008-06-02 14:40   좋아요 0 | URL
로드무비님, 반갑습니다.:)
토요일 오전 프로그램이라 - 11시였던가 10시였던가 그래요 - 저도 그날 이후 못 봤습니다. 에헤 항상 자는 시간이죠.
김장훈씨는 아주 오래전부터 팬을 자처해왔어요.
사람은 어차피 변하지 않아, 라는 저의 고집을 꺾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랄까...
저야말로 허튼 말을 안해 버릇 해야겠어요.
로드무비님은 겸손하셔 그렇지 글에서 허튼 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어보입니다. 그동안 너무 뜸하셨어서 궁금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