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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의 주파수
오츠 이치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네 개의 작품이 참으로 일관성이 없구나 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마지막 작가 후기를 읽기 전까지의 심정이 그랬었다.
게다가 중간에 나오는 미스터리물은, 정말 화들짝 하게 만드는 데가 있었다. 맨 앞에 나오는 '미래 예보'가 살짝 미신적이긴 하지만 말랑한 멜로물을 표방하는 거 같아서 계속 그런 느낌으로 갈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귀신 이야기라니. 그것도 살해 사건이 연루된...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에 그 부분을 읽고 있었던 내게는 정말 쥐약. 순간적으로 책을 내팽개쳐 버리고 싶은 심정인데 뒤가 궁금해 안 읽을 수도 없으니, 주먹이 다 불끈 쥐어지더라.
그러다가 작가 후기를 읽었을 때 , 픽 하고 웃고 말았다.
멜로에서 미스터리까지 한 작품집에 다 들어가 있었던 이유가 귀엽다고 해야 할까. 사실 귀여운 건 너무 좋게 봐주는 거고, 지나치게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 뭐 그런 황당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어쩌다가 누군가에게 말랑한 멜로물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프리터로써 좋은 알바 감이다 싶어 덥석 수락을 했다가, 막상 마감이 닥쳐오자 옆에 깡통캔이라도 있었다면 손목을 그어버리고 싶을만큼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러자 글이 써지더라는 것이다.
그래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있는데, 이번엔 여름밤 등골이 서늘한 무서운 이야기를 써주세요, 하고 청탁을 받고는 또 그 전의 일을 잊고 수락해버리고 같은 과정을 겪었다는...
아닌게 아니라, 그런 목적에서 벗어나 썼다는 '손을 잡은 도둑'이나 '잃어버린 이야기'는 훨씬 짜임새 있고 나름 독특한 내용의 단편이다.
그래도 그렇지, 작가란 모름지기 자신만의 아우라를 발해야 하고 일반인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겐, 에이 시시하다. 다시 이 작가의 책을 읽게 될 지는, 그래서 미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