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독자들도 거의 비슷했겠지만, 나 역시 이 책을 구하게 된 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영화는 건조한 내 눈에 물기를, 가슴엔 아련함을 아로 새겨 놓았었고, 영화 속 조제가 사강의 어떤 책을 매일이고 읽어대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그 어떤 책이 이 책인 줄은 진즉 알았지만, 잘 구해지지 않더니, 영화의 힘을 빌어 책은 절판이었다가 다시 부활한 모양이다.

아주 어렸을 때로 기억하는데, 가장 먼저 읽은 연애소설이 '슬픔이여 안녕'이었던 것을 보면 아무튼 사강은 무척 대중적으로 이르게 성공을 거둔 작가임엔 틀림이 없다.

책은 1시간 반만에 다 읽혔다.

조제와 조제의 애인, 조제와 글을 쓰는 유부남, 유부남과 연극하는 여자, 연극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유부남, 연극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젊은 청년, 유부남의 부인과 젊은 청년 등의 엇갈리는 연애 이야기다.

섬세하게 내면을 그리고 있다고 표지에서 이야기하는데, 무엇이 섬세한 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연애 이야기를 자기 경험에 비추어 줄줄 쓰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 뿐. 사랑한다, 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는 책이지만, 사랑 이야기라기보단 연애질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기사, 연애라는 것이, 먼지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것의 소모성과 그것의 추잡함, 그것의 유치함, 그것의 부조리함, 그것의 .., 모든 안 좋은 면들을 차치하고라도 재미있어 하며 또 하고 싶은 것이 연애 이던 시절. 이제는 오지 않을 거 같다. 그래서 사강의 책은 내게 이렇게도 지루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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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8-04-1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어떤 사랑이든 시간의 세례를 견뎌주는 사랑은 드문 거 같아요. 결국 비슷비슷하고 지루하고 시시해져요. 시간이 지나면. 그래서 또하고 또하고 그랬나봐요. 이 사랑은 괜찮을거야, 하면서.

치니 2008-04-11 08:44   좋아요 0 | URL
네 , 결국 연애란 그냥 열정이 아닌가, 생각 들어요.
연애를 잘 하는 사람은 그래서, 열정이 많은 사람인 거 같고.
사랑...은 아직도 모르겠어요, 많은 부분이 헷갈려요. ^-^;;

chaire 2008-04-1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강 책을 읽은 기억이 없어요. 제 사춘기 때 유행하던 작간데, 그래서 싫었거든요.
그러다 저도 조제와 호랑이 때문에, 대체 뭔 책이길래 싶어져서 이 책 읽고 싶다 했는데,
이렇게 다시 나왔군요. 저도 아마 읽고 나면 치니 님과 비슷한 감상일 테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아, 조제가 보고 싶군요. 사강의 조제 말고, 그 지저분한
단발의 조제가.

치니 2008-04-11 10:30   좋아요 0 | URL
카이레님, 그쵸? 아무래도 영화에 그렇게 나오고나면 안 읽어보곤 못 배기겠는 맘이 들고 말죠?
아, 저도 조제가 보고싶어요. 요즘은 그런 영화가 어째 눈에 안 띄네요.
훗, 그런데 카이레님, 도도한 사춘기 소녀이셨군요, 예상대로.

누에 2008-04-1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강에 대해선 아리송해한답니다. 난 그냥 담담하던데.. 내가 너무 무덤덤한 인간인가 생각해보기도 하지만요.

치니 2008-04-11 17: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리송하다'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합니다.
(이렇게 제가 표현력이 떨어져서 남이 말하면 신나라 하고 ㅋㅋ 원래 그 말 하려고 저런 리뷰를 쓴거 같네요)
설마하니 누에님이 무덤덤하시려구요. 사강이 우리가 알 수 없이, 사강스러운데가 있는거에요, 분명. ㅎㅎ

mooni 2008-04-1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강이라고 하면 전 소설보다, 언젠가 마약때문에 재판받으면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는 그 에피소드가 생각나요. 그야말로 프랑스, 그리고 여류작가, 란 느낌으로 등장하는 헐리웃 영화 클리셰같달까요. ㅎㅎ 사강의 작품들 정서도 그런 통속적인 느낌으로 섬세한 내면, 이라는 단어하고 어울리지 싶기도 하고요.
흠, 근데 그러고보니 저도 조제 호랑이 물고기 보구선, 오랜만에 사강책 하고 생각만하고는 정작 읽지 않고 패스했던 기억이.

치니 2008-04-12 09:13   좋아요 0 | URL
마하연님이닷! 그래도 의리 있게 알라딘 꾸준히 찾아주시는군요. 헤헤.
말씀을 듣고 사진을 떠올려 보니 정말 그러네요, 헐리웃 영화 클리셰.
그런데 완전히 '통속'이라고만 하기에는 애매한, 그 무엇이 또 있는 거 같기도 해요, 그래서 누에님 말대로 아리송...
단지, 소설보다 개인적인 스캔들이 더 유명한게 그녀로선 아쉬운 일이겠다 싶네요.
은근 영화 많이 보시는 마하연님도 조제 보셨구나. 요즘은 무슨 영화 보셨어요? 저쪽 동네에서 업데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