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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를 추억하며 ㅣ 그르니에 선집 2
장 그르니에 지음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행복에 포함되어 있는 행운의 몫을 헤아려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만한 사람>도 아니었다. 다른 이들에게 신세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자신감에 넘친 사람>도 아니었다. 농부가 자신의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산출하지 않는 토지의 결실에 애착을 느끼듯이, 자신의 생각을 중시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에서 무엇이 확고할 수 있는가 하고 늘 자문했기 때문이었다. "
위 문장으로부터 시작해 몇 쪽만 건너가면 계속 책장을 접어둘 수 밖에 없는 이 책은, 카뮈에 대한 글이기도 하고 장 그르니에 자신의 사상집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책은 기쁜 짜증이 난다. 한 줄 한 줄 신경을 써서 읽지 않으면 그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지나칠까봐 조바심이 나며, 나름 열심히 읽어도 자꾸만 되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자꾸 뒤로 돌아가 뒤적거리느라 진도가 잘 나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카뮈를 좋아한다. 이유는 몰랐었다. 이 책이 그 이유를 모두 대변해준다. 내 대신에...
장 그르니에를 좋아한다. <섬> 이후, 이유는 조금 알고 있었다. 이 책이 도달할 수 없는 내 한계를 더 명확히 해준다. 머리를 어디다 찧고 싶어진다. 나도 아래와 같은 카뮈의 덕목을 따라하고 싶지만 도저히 안된다는 생각에...
"절도, 그러나 지나침을 경험한 뒤의 절도, 힘의 균형, 그러나 늘 활력 넘치는 균형, 비장감을 이겨낸 뒤의 차분함, 극단적인 것의 적절한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