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소위, 필독서라고 하면 바로 이런 책을 그 범주에 넣어야 한다.

또한, 베스트셀러 다운 베스트셀러, 즉 스테디 이면서도 베스트의 가치가 있는 책들에도 이런 책을 넣어야 마땅하다.

나이 한 살 먹어갈 때마다 한번씩 읽어보면서,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하며 살고 있는가" 자성하는데 꼭 필요한 책도 이런 책이다.

종교인도 아니고, 철학에도 무지하며, 무엇에도 올인하고 몸을 던지는 열정이 부족한 나는, 음악 이외에는 무엇이든 시큰둥 하니 감탄하는 성정이 참 적어서, 오랫동안 멘토가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생활에 100% 공감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의 멘토로 부족함이 없다는 점에서 마음이 참으로 든든했다.

사실, 이 책 한 권을 한 번 읽고서 내가 이해한 부분은 10할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싶고(번역이 매끄럽게 잘 되었다고들 하던데, 나는 모르겠더라, 원문이 원래 난해하게 쓰인건지, 때로는 문장을 서너번 읽어야 이해가 되었다), 그들의 삶에 자극 받았다고 당장 실천을 하자면, 나의 육덕진 생활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하는 엄청난 시련이 따르므로, 여적 게으름을 떨고 있다만, 한 해 한 해 그나마 철이 들어가며 이 책을 읽으며, 발끝이나마 따라갈 수도 있지 않겠나 해서, 가슴은 오랜만에 뜨겁게 두근 거린다.

오늘 저녁도 채소 위주로 먹으려다가 돈까스로 급회한 순간에 이 글을 적으면서도, 창피함을 느끼기보다는 실실 대는 중이면서도, 그래도 누가 물으면 이들이 나의 멘토이고,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도 이들과 유사하게 갈 것이며, 죽음에 대한 태도도 닮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 내 인생에서도 이제야말로 노력할 무엇이 생겨서 기쁘다,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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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2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2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게다예요 2008-01-1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덕지다, 는 말이 확 땡기는데요?ㅋㅋ
자꾸 돈까스 드시면 허벅지가 육덕지게 됩니다 치니님! ㅋㅋㅋ
좋은 주말 마무리 하세요!

치니 2008-01-14 08:33   좋아요 0 | URL
돈까스에서 다시 된장찌개로 선회, 하루에도 몇번씩, 아직 식탐에서 벗어나려면 멀었는데... 채식주의의 의도에는 깊이 공감이 가는데 입맛은 잘 안 바뀌어요. 흑.

토니 2008-01-1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백 퍼센트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번역이라기 보다는 원문의 문제인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동안 '나도 그들처럼' 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차고 넘쳐도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풍성함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해준 책인 것 같아요. 몰라도 20년 뒤엔 저 역시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채식주의를 선언하고 실행에 옮긴지 벌써 2년. 초기 남몰래 몇번 곱창을 먹은 걸 제외하곤 나름 잘 지켜왔고. 텃밭은 이제부터 다달이 적금 부어 사면 되고. 텃밭 일할 힘 좋은 스코트는 듀오에서 만나면 되고. (글을 쓰다 보니 이 책이 주장하는 무소유의 개념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네요. ^^)

아무튼 소장의 가치가 있는 훌륭한 책이라 생각해요.

치니 2008-01-14 08:3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아무래도 원문 자체가... 그럴 거라 생각이 들었어요.
풍성함의 새로운 개념, 맞아요, 그게 맞겠네요.
이렇게 살면 마음이 한없이 평화로울 거 같아지는...
토니님 만나면 곱창 먹으러 가자고 졸라봐야지 ㅋㅋ

chaire 2008-01-2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예전에 무척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잠시나마 무릎 꿇게 만드는 책...
경건하고 겸손하고 가난한 삶을 가르쳐줬던 책인데, 그다지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치니 2008-01-21 09:04   좋아요 0 | URL
실천은 멀고도 멀어 보입니다, 아니, 원래 그렇게 태어나야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
그래서 다는 아니더라도, 부분만이라도, 닮아가보고자 이렇게 적어놨습니당.

누에 2008-01-2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이 부러운건

더덕오이냉이쑥갓고사리미나리도라지두릅송이사과배등등등 그 환상의 맛

봄나물 많이 드셔요~~

아.. 먹고싶어라

치니 2008-01-28 13:4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거기서 한국음식 구한다고는 해도, 제철 나물 같은건 어림 없겠네요.
전 구찮아서 있어도 못해먹지마는...ㅋㅋ
누에님 반가워요 ~ 자주 좀 오시지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