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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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면, 인상부터 찌푸려지는 나 같은 사람, 아마 많을 거다.

그런데 뭘 모르고 인상만 쓴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쓸 인상이라면 알고 인상을 써야 좀 폼이 나지 않겠는가. 무조건 나는 그런 거 몰라요, 라고 손사레만 치면서 물려 내는 것은, 밥상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이렇든 저렇든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대한민국은 내 밥상이다.

내 밥상에 내가 온통 싫어하는 구역질 나는 음식들만 잔뜩 차려져 있는데 꾸역꾸역 먹으면서 - 단식을 하면서 숟가락을 내팽개치는 자존심도 없지 않은가 - 이건 내가 싫어하는 건데, 왜 먹으라고 해, 라는 불평을 내뱉어봐야, 무기력할 뿐 더러 달라지는 것이 절대 없을 것이고, 달라지지 않음에 누구를 탓하지도 못하게 된다.

대선이 또 다가온다.

나는 김대중을 찍었었고, 그 이유는 전라도도 한번 해봐야지, 라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이상은 잘 몰랐고, 알려고 노력도 안했다.

그다음엔 노무현을 찍었고, 그 이유는 노빠여서가 아니라, 무언가 크게 바뀔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기보다, 대통령에게 막 비판해도 되는 사회 분위기가 되는게 좋아서였다. 감히 대통령에게, 라는 두려움 없이, 서로 다른 노선을 갖더라도 비판만 하기 보다는 다르다는 것에 중점을 둘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이제 결론은 그게 전혀 안되었다, 로 판명 된 거 같지만.

그나저나, 당시와는 달리, 요즘은 정말 찍을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밥상을 되도 않은 음식들로 차려놓은게 못마땅해죽겠는데, 그중에 하나라도 집어 먹지 않으면, 내가 굶어 죽는다. 그런데도 젓가락이 갈 곳이 없다. 배고파 죽겠어도 먹을 게 없다.

그렇다고 아무 짓도 않고 이대로 이 밥상을 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어본다.

지승호씨도 그래서 이런 인터뷰를 열심히 하시겠지. 고마운 분이다, 앉아서 답답한 거 다 물어보는 거 보고 있게 해주어서. 사실 답하는 분들보다 훨씬 열심이고 성의가 있다. 답하는 분들 모두 우리나라에서 한 자리 하시는 분이지만, 왠지 패배감이 느껴진다. 개중에 어떤 분들은 더 어떻게 해보기도 지쳤다는 피로감의 호소가 하도 절절해서, 차라리 내가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 든다.

자,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솔직히 이렇게 비관적인 나라에서, 이민 밖에는 도리가 없지 않나. 그 이민이라도 갈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해야 하나. 이민 가면 거기선 행복하겠나. 거기선 내게 딱 맞는 밥상 차려주겠나. 골 아프다. 이런 게 평범한 소시민들의 고민 아니겠나. 나도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민의 수준에 정치가 따라간다는 말이 딱 맞다. 부랴부랴, 내 수준을 언능 높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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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7-11-05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맞아요. 골 아파요. 밥상 비유, 굉장히 들어맞는데요?
그리고 김대중 찍은 이유, 노무현 찍은 이유가 어쩜 이리 저랑 같으신지, 비실비실 웃어요.
게다가 현재의 심사도 비슷... 다만, 이 책을 읽게 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ㅋㅋ

그나저나, 좋은 책들 많이 방출하셨더군요. 몇 개 흥미로운 게 있던데, 역시나 저는
또 한 발 늦은 관계로다가.. ㅋㅋ

치니 2007-11-05 12:44   좋아요 0 | URL
카이레님, 저랑 같은 이유, 동지가 있었군요. 으흐흐 역시...
제 생각에 이 책은, 전부 다를 권하기엔 무리가 있고 그중 중언부언 없이 딱 부러지게 말 잘하는 사람 거 몇개만 읽어봐도 됩니다.
다음 책 방출 때, 기대하세요. 히힛.

sudan 2007-11-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오일제한다고 해서 그거 하나 보고 노무현 찍었는데, 정말로 주오일제 해서 별 불만 없어요.(친구는 너 참 생각없다고 하지만서도. ㅎㅎㅎ)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별로 땡기는 공약을 내거는 사람들이 없어서.. 대운하 이런건 정말이지.. -_-;;;

치니 2007-11-05 12:45   좋아요 0 | URL
수단님처럼 따박 따박 공약 찾아보고 그거에 의거하여 찍은 사람도 거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친구분은 더 대단하신가부당.
이번 대선에선, 처음엔 외모나 목소리 위주로 뽑을라고 했어요, 하두 한심해서. 그 부분에서 마릴린 맨슨 아자씨는 일단 제껴졌고... 근데 외모로 보자고 해도, 마땅하질 않으니, 흑.

치니 2007-11-05 12:47   좋아요 0 | URL
흑, 근데 우리 회산 아직 주오일 아니에요. 노무현에게 임기 마지막 동안에 강제적으로 규정 만들어달라고 하고싶다...

콩스탕스 2007-11-0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마릴린 맨슨 아자씨..사무실에서 웃음참느라 괴롭습니다..
어쩜 그리 딱 맞는 인물을 콕 찝어내시다니..

치니 2007-11-05 16:42   좋아요 0 | URL
콩스탕스님, ㅋㅋ 그쵸그쵸, 전 아무리 봐도 그분이 동양적인 마릴린맨슨 같아요 ~ 마릴린 맨슨이 알면 넘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sudan 2007-11-05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릴린 맨슨. 으흑. 넘 웃겨요. ㅎㅎㅎㅎ

치니 2007-11-05 23:11   좋아요 0 | URL
지금도 테레비에 나오고있어요. 으흐흐흐, 목소리도 웃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