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정의 내리는 주체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사진기의 셔터가 찰칵 하는 순간이어야 맞다. 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인이 최대한 물러선 자리에 시가 들어와야 한다고.
이런 생각이 낡은 생각이며 전혀 참신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낡음과 참신함 같은 것들의 가치는 제쳐둘 만하다는 걸 이제는 우리가 인정했으면 해서 감히 입 바깥으로 꺼내 적어본다. 망설임은 어떻게 끝낼 수 있는 것일까. 망설임은 언제고 덜 중요한 것들을 뿌리침으로써 겨우 끝낼 수 있는 것이었다는 걸, 이 중요한 것을 나는 자꾸 망각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