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세상에는 있어야 할 것만 존재하고, 일어나야 할 일만 일어나는 거야. 우리들이 알고 있는 아주 작은 상식이니 경험이니 하는 것의 범주에서 우주의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상식에 벗어난 일이나 경험한 적이 없는 사건을 만나면 모두 입을 모아 저것은 참 이상하다는 둥, 그것참 기이하다는 둥 하면서 법석을 떨게 되는 것이지. 자신들의 내력도 성립과정도 생각한 적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나?”
게다가 착각하면 곤란하네만, 상식이니 문화니 하는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거야. 다만 그것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것이고, 보편적으로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만이라는 뜻이지.”
“마음과 뇌는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조직폭력배와 물장사 같은 거라네. 어느 한쪽이 맛이 가 버리면 꽤 귀찮은 분쟁이 일어나지. 하지만 이건 각자가 만족하기만 하면 대개 수습이 돼. 뇌나 신경에는 물리적인 치료를 할 수 있어. 하지만 마음이 그런 기관들과 다르다는 증거로, 다른 기관들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도 분쟁이 수습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네. 그럴 때 종교가 유효하지. 종교란, 다시 말해서 뇌가 마음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낸 신역이라는 궤변이니까.”
“마지막 부분은 잘 모르겠군. 하지만 일단 신경의학은 유효하다는 사실만은 알겠네.”
나는 쓸데없는 학문이라고 매도당할 줄 알았기 때문에 조금 안심했다.
“그런데 심리학은 어떤가?”
“그건 문학의 부류에 들어가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유효하거든. 과학이 낳은 문학이지.”
“그렇다네. 기분이 좋다는 것은 모두 이 마약 때문인 것 같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행동은 대개 쾌락을 동반하지 않는가? 아편 환자와 똑같이 마음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일세. 동물이라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감을 느낄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사회가 생겨나고 말이 생겨나자, 이 뇌의 마약만으로는 부족해져서 사람은 행복을 잃었네. 그리고 도깨비나 귀신을 손에 넣었지. 그리고 잃은 행복을 찾으려다 보니 종교가 탄생한 거야. 대용 마약이지. 아편이니 모르핀이니 하는 것은 대용의 대용이야. 종교는 마약이라고 한 공산주의자가 있었는데, 참으로 뛰어난 식견이지 뭔가――.”
신자가 한 명도 없는 종교인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나? 유감스럽지만 현재로서는 이걸 광인(狂人)이라고 부르네. 신자가 있어야만 종교지. 망상이 체계화되어 공동환상이 생겨나야만 비로소 종교가 될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설령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 해도, 완전히 똑같은 가상현실체험을 할 수는 없네. 하지만 종교라는 것은 이 부분이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단 말이야. 각자 다른 체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똑같다고 착각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따라서 같은 논리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뇌를 지배할 수 있는 걸세. 구원하는 거지. 이 구조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말이라는 놈일세.”
“최초에 말씀이 있었다, 라는 건가?”
“말 잘했어.”
“하지만 우리들은 마음을 하트형이라고 나타내지 않나? 기원이 심장이든 술잔이든, 그 형태를 보면 누구나 ‘마음’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마음도 모양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