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말도 알겠지만, 순서가 틀렸어. 사람이 경제적 합리성에 봉사해야 하는 게 아니야. 경제적 합리성이 사람에게 봉사해야 하는 거야. 경제적 합리성을 앞세운다면 노예제도도 아파르트헤이트도 합리적이겠지.” 


“형은 너무 감상적이야. 노예제도가 폐지되면 그와 비슷한 시스템이 만들어질 뿐이야. 경제적 합리성에서는 도망칠 수 없어. 그렇다면 거기 따르는 편이 현명한 거야.”


  “그것도 하나의 사고방식이겠지. 하지만 유일한 건 아니야. 사람은 어디에 살아도 좋고, 무엇을 행복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어디서 어떤 식으로 살아도 좋아. 살아도 좋다는 걸 구체적으로 보증하는 게 내 일이다. 나는 지방공무원을 인생을 걸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


“착취를 정당화할 셈이야? 형이 뭐라고 해도 난하카마 시에 사는 것에 고유한 가치 따윈 없어. 그런 건 합병할 때, 아니, 그보다 전에 모조리 사라져버렸어. 지금은 어디에나 있는 시골 마을이야. 사람들은 거기가 무슨 현인지도 몰라. 일본 중 어디에 살아도 큰 차이가 없다면 도시에 살면서 유지비용을 절약하지 않는 건 감상에 빠져 비합리적인 거 아닌가?”


  “사람은 감상으로 사는 거야.”


  “지금은 철수할 때야, 형.”


  “그렇다면 네가 하는 일은 소모전이야. 나아가는 것도 전쟁이고 후퇴하는 것도 전쟁. 이 세상에 천국은 없다는 것이지.” 

사람은 여러 가지 것들에 의지하고, 자신은 혼자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다음 날에는 뭔가에 의지하지 않으면 숨도 못 쉬게 되거나 한다. 

무엇을 우선시한다는 건 무엇을 뒤로 미루는 것이고, 무엇을 뒤로 미루는 건 이 일에 관해 말하자면 누군가 죽을 수도 있는 일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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