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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성
저넷 월스 지음, 나선숙 옮김 / 이미지박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를 어떤 방식으로 키우느냐, 가 순전히 부모만의 선택이 될 거라고 믿는다면 대부분의 이성애자들에게 자녀 출산은 정말 심각하게 고려될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부모들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는 세상이 아닐 뿐더러, 그렇게 하려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그런데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워 낸 철딱서니 없는 부모가 있다.
영국에서 지낼 때, 캠핑 카 같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꽤 보았다. 아이가 다니던 학교에서도 보았고, 티비에서도 보았는데, 그곳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신기해한다기보다 우려하거나 동경한 것 같다.
그들은 대체로 민폐를 주지는 않았으나, 고정된 자리에서 오래 지내지 못하고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된 시설에 보내지 않았다.
그들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키우지도 못할거면서 피임조차 안하고 생기는대로 아이들을 낳는 모습에 혀를 찼고, 그들을 동경하는 사람들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얽매이지 않은 생활을 살짝 동경하면서 막상 자신에게는 없는 용기를 탓했다.
나는 어땠었나,
약간은 동경하는 쪽이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캠핑 카를 타고 다니는 일은 집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훨씬 귀찮은 일로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우려하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거기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위험하거나 잘못 될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차피 잘못될 아이들은 잘못되고, 잘 될 아이들은 잘된다 라는게 내 무대뽀적인 생각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어른이 해주는 몫은 아이들이 아주 어릴때에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커가면서 그 몫은 거의 사라지기가 일쑤인데도 우리가 너무 많은 간섭과 걱정을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지금은, 이 책에 나오는 엄마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꽤나 이기적이고 철이 없어서 아이로부터 정서적인 도움을 받는 뻔뻔함으로,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라고 자위하는 쪽.
개인사는 이쯤에서 각설하고,
이 책은 그런 우려와 동경 속에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우린 계속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 어른들의 사상을 곁눈질로 보아온게 다 였는데, 이 책이 직접 자신이 그 속에서 살아온 경험을 가지고 생생하게 르뽀 처럼 그 일련의 독특한 삶의 다른 방식을 기술하는데에서 보다 구체적인 실체를 접할 수 있다.
그 담담하고 잔잔한 기술 속에서, 사람들은 수만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성공비결이고, 작가는 아버지가 평생 구라 아닌 구라로 우려먹었던 유리성을 현실로 만들었다.
작가라기보다는 기자 스러운 문체의 신선함과 자신의 생이 워낙 일반인들과 다르게 펼쳐져 왔기 때문에 이미 내용면에서도 독보적인 면을 갖추고 있는 이 책은, 이제 고고하게 하늘 아래 서서 작가의 아버지가 어려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준 그녀만의 별을 띄워주고 있는 듯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