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그들은 다수파의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어버리는가. 아마 그들은 서른 명쯤만 모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들에게 정당성이 있다고 믿기만 하면 어떤 악한 짓이라도 서슴없이 저지르지 않을까. 그것이 인간성이 아니라 기계적인 시스템이라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누군가를 인정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 누군가를 싫어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짜증난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 누군가를 껴안는다, 누군가와 스쳐 지나간다…. 그게 산다는 거야. 나 혼자서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없어.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누군가는 싫어하는 나, 누군가와 함께하면 즐거운데 누군가와 함께하면 짜증난다고 생각하는 나, 그런 사람들과 나의 관계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산다는 것이라고 생각해. 내 마음이 있는 것은 다른 모두가 있기 때문이고, 내 몸이 있는 것은 다른 모두가 잡아주기 때문이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는 지금 살아있어. 아직 이곳에 살아있어. 그래서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어. 나 스스로 선택해서 나도 지금 이곳에 살아있는 것처럼.”
수많은 농담을 했고 수없이 웃었고 수없이 서로를 매도하고 수없이 서로를 존중했다.
하지만 어느 누가 잘못한 우리를 비웃을 수 있을까.
마지막 회가 정해진 드라마는 마지막 회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끝이 정해진 만화는 끝날 때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이 예고된 영화는 마지막 장면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모두가 그것을 믿으며 살아왔으리라. 그렇게 배워왔으리라.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소설은 마지막 페이지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라고 믿었다.
그녀는 또 웃을까, 소설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읽었다고?
웃음을 사도 상관없다.
마지막까지 꼭 읽고 싶었다. 그리고 읽을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