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기막힌 속임수다. 선택은 또 하나의 자신이다.
파리에서 두 시간이면 비행기로 날아갈 수 있는 프라하 여행이 꿈이었던 시어머니, 남편 없이 혼자 여행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그녀는 탁자 위에 슬쩍 프라하 여행 팸플릿을 올려놓아 보기도 했지만, 시큰둥한 남편의 반응을 보고 팸플릿도 꿈도 접었다.
진정한 독립은 자기 욕망과 행복을 타인이 결정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비행기를 타는 일조차 영원히 불가능해진 재활병원에서 그녀는 후회로 변해버린 꿈을 다시 꺼내본다. 하지만 늙음은 후회조차 빛바래게 만든다.
암이라는 병은 삶과 죽음의 차이가 백지 한 장보다 가볍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나의 남은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삶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이 모든 것이 한시적이라는 각성, 일상과의 미적 거리가 필요하다. 인간은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죽음이야말로 헛것을 분별하는 눈을 열어준다. 삶의 중력에 휩쓸리지 않는 곳은 자기 안의 심연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때때로 고통 없이 숨 쉬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육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투명하게 느껴진다. 이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편안한 행복감이다.
세상은 우리 시선으로 존재한다.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하고 집중하는 것, 일상의 작은 움직임, 햇빛 한줄기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