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으로 훈련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진짜 요리사는 레시피를 만드는 사람이다. 정보와 지침에만 의존하는 사람은 ‘대충’ 즉, ‘직관’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완전히 길을 잃고 만다. 직관은 본능적으로 경험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뿐이다. 

추락 사고를 몇 번 겪고 난 뒤, 노인들이 조심스럽게 걷는 이유를 알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계단을 내려갈 때, 길을 걸을 때 나도 모르게 올비 팔짱을 낀다. 슬픈 건지 다행스러운 건지 세월이 속도를 조절해준다.


노부부가 손잡고 걷는 뒷모습이 세월의 풍파에 살아남은 사랑의 어떤 증거인 듯 잔잔한 감동을 받은 적도 있지만, 이젠 서로 지팡이가 되어줄 수밖에 없는 울적한 세월 때문이라는 것을 깨우친다. 

 세상 어딜 가든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묵살하고 사는 것이 제일 힘들다. 

“왜라니? 길거리에서 억지로 음악을 듣는 것이 고통스러워 나라를 바꾼 사람이야. 남편 바꾸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드디어 은퇴 이후 완벽한 프로젝트를 찾았어. 이런 조그만 책방 주인이 되어 와인 마시며 책을 읽는 거야.”


“집에서 마셔. 책방 주인 되면, 와인도 마실 수 없고 책도 읽을 수 없어.” 

사람은 고쳐 못 쓴다 해도 바람 없는 관계는 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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