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소희 씨의 이런 인터뷰 내용을 읽다가, 책도 새삼 찾아보게 되었다.


- 페르난두 페수아, 과연 불안을 매일 치우자고 생각하는 사람 다운 일생이다.

무역통신문 번역가로 일하며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 발문을 쓴 김소연 시인에게는 이런 상태로 글을 썼을 것 같은 사람이고.

보통의 사람들이 정상적인 척하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파악할 때,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미 관성이 되어버려 감지될 수 없는 것까지를 볼 수 있는 ‘진짜 인간’의 상태. 이미 미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각성 상태. 

- 오

독서를 통해 우리가 얻었던 경험들 모두를 배제한 채로 읽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독서를 통해 우리가 얻었던 어딘지 모를 실망감을 모두 상기한 채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 오호

이 (엉망진창인)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를 포기할 권리, 삶의 숭고함에 나를 헌납하여 삶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체념을 선택할 권리, 그러니까 한없이 나약할 권리, 끝없이 불안할 권리, 권태로울 권리와 공허할 권리, 그리하여 질 나쁜 인간의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질 좋은 고독을 향유할 권리를 얻어낸 쾌락이었다.

- 발문이 왜 이리 좋아요 ㅠ

포기와 체념의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을 알려면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더 현명한 환멸에 도착한 이후여야 하리라. 

- 으앙

“열정이 배제된, 고도로 다듬어진 삶을 살기. 이상의 전원에서 책을 읽고 몽상에 잠기며, 그리고 글쓰기를 생각하며. 권태에 근접할 정도로, 그토록 느린 삶. 하지만 정말로 권태로워지지는 않도록 충분히 숙고된 삶. 생각과 감정에서 멀리 벗어난 이런 삶을 살기. 오직 생각으로만 감정을 느끼고, 오직 감정으로만 생각을 하면서. 태양 아래서 황금빛으로 머문다. 꽃으로 둘러싸인 검은 호수처럼. 그늘 속은 독특하고도 고결하니, 삶에서 더 이상의 소망은 없다. 세상의 소용돌이를 떠도는 꽃가루가 된다. 미지의 바람이 불어오면 오후의 대기 속으로 소리 없이 날리고, 고요한 저녁빛 속 어느 우연한 장소로 내려앉는다. 더욱 위대한 사물들 사이에서 자신을 망각한다. 이 모두를 확실하게 인식하면서, 즐거워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는다. 햇살을 주는 태양에게 감사하고, 아득함을 가르쳐주는 별들에게 감사한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 굶주린 자의 음악, 눈먼 자의 노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낯선 방랑자의 기억, 사막을 가는 낙타의 발자국, 그 어떤 짐도 목적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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