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기분이 묘해진다. 다들 나라 이름을 말하는데 너는 도시 이름을 대는구나. 그렇게만 말해도 당연히 알 거라고 믿는구나.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모로코에 모여서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너는 좋겠다, 얼마나 편하니? 말은 못 하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의 잘못이 아닌데 빈정거리고 싶어진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불가리아에서 만난 미국 여행자는 대뜸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I’m from the States.” ‘America’도 ‘U.S’도 아니고 달랑 ‘States’라니, 그렇게만 말해도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굴 만나든 당연히 미국이라고 알아들을 거라는 자신감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