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명령에 따르기는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영혼까지 소유할 수는 없다는 인상을 주었다.’

‘천년이 지나도 그가 나를 비웃을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결코. 어떤 일로도.’

‘친밀함은 그렇게 지긋지긋한 것이 되었다.’

아……이런 문단들이 너무 좋다. 🥹

나는 작문을 가르칠 때 - 그 일을 오래 했다―권위에 대해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글을 쓸 때 권위를 가지는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헬름 게르하르트의 사진을 봤을 때 나는 생각했다. 오, 권위가 느껴지는데, 나는 캐서린이 왜 그와 사랑에 빠졌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단지 그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의 외모가 풍기는 인상, 보이는 방식 때문이었다. 그는 명령에 따르기는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영혼까지 소유할 수는없다는 인상을 주었다. 나는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그리고 문밖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이것을 깨달았다. 이 권위가 바로 내가 윌리엄을사랑하게 된 이유임을. 우리는 권위를 갈망한다. 진실로 그렇다.
누가 뭐라고 말하건 우리는 권위라는 감각을 갈망한다. 혹은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는다.

매일 아침 데이비드는 아침 설거지를 마치면 창가에 놓인 흰색 카우치로 가서 앉은 다음 자기 옆자리를 톡톡 치곤 했다. 내가 옆에 가서 앉으면 그는 늘 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그는 매일 아침 이렇게 말했다. "루시 B, 루시 B,
우리가 어떻게 만났을까? 우리가 우리인 것에 하느님께 감사해."
천년이 지나도 그가 나를 비웃을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결코, 어떤 일로도.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문득 윌리엄과 함께 살던 시절에 결혼이라는 것이 내게 종종 얼마나 끔찍한 것이었는지 생생히 떠올랐다. 방안 가득 익숙함이 짙어지고, 상대에 대해 알게 된 사실들로 목구멍이 거의 꽉 막혀 실제로 콧구멍까지 밀고 올라온 것.
같은 느낌 - 상대의 생각이 내뿜는 냄새, 입 밖으로 나온 한마디한 마디에서 느껴지는 자의식,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가면서 약간 씰룩이는 모습, 거의 알아차릴 수 없게 살짝 기울어지는 턱,
상대 말고는 아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들, 그런 걸 느끼고 살면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
친밀함은 그렇게 지긋지긋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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