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너무 진지하고 지나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 에쓰코의 신조였다. 맨발로 걸으면 발에 상처가 난다. 걷기 위해서는 신발이 필요하듯 살아가기 위해서는 뭔가 이미 만들어진 '믿음'이 필요하다. 에쓰코는 무의미하게 페이지를 넘기면서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그 누구도 그걸 부정할 순 없다. 우선 증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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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친절하게 상담해 주자고"
이 부부는 기성복 밖에 입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맞춤 양복점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는 것처럼 이미 벌어진 비극은 마음껏 재미있어 하지만 비극을 만들어 입는 사람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에쓰코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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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이런 장난이 뭐 그리 재미있단 말인가. 그러나 아이들 장난에도 나름대로 그럴싸하고 진지한 이유가 있어. 무관심한 어른의 관심을 끌려는 아이들 세계에서 유일한 술책이 장난인거야. 아이들은 자신들이 버려졌다고 느끼지. 짝사랑하는 여자들과 아이들은 똑같이 버려진 세계에 살고 있어. 거기에 사는 사람이 본의 아니게 잔인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