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너무 진지하고 지나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 에쓰코의 신조였다. 맨발로 걸으면 발에 상처가 난다. 걷기 위해서는 신발이 필요하듯 살아가기 위해서는 뭔가 이미 만들어진 '믿음'이 필요하다. 에쓰코는 무의미하게 페이지를 넘기면서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그 누구도 그걸 부정할 순 없다. 우선 증거가 없다'

--------------------------------------------------------------------------------------

"우리도 친절하게 상담해 주자고"

이 부부는 기성복 밖에 입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맞춤 양복점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는 것처럼 이미 벌어진 비극은 마음껏 재미있어 하지만 비극을 만들어 입는 사람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에쓰코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문자였다.

--------------------------------------------------------------------------------------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이런 장난이 뭐 그리 재미있단 말인가. 그러나 아이들 장난에도 나름대로 그럴싸하고 진지한 이유가 있어. 무관심한 어른의 관심을 끌려는 아이들 세계에서 유일한 술책이 장난인거야. 아이들은 자신들이 버려졌다고 느끼지. 짝사랑하는 여자들과 아이들은 똑같이 버려진 세계에 살고 있어. 거기에 사는 사람이 본의 아니게 잔인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야.'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7-09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07-1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글 / ㅎㅎㅎ 저도 이전에 읽은 미시마 유키오는 너무 강해서 아름답기보다 거부감이 들었어요.
이 책은 그렇게 맛 가기 ㅋㅋ 이전의 초기 작품이라, 그런 느낌이 훨씬 덜하고, 참신하답니다.

토니 2007-11-2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 이책 읽고 있어요.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반신반의하며 책을 들었는데
정말 한 글자도 버릴게 없는 멋친 책이네요. 연달아 한두 번은 더 읽고 싶은...

치니 2007-11-25 21:43   좋아요 0 | URL
비운의 천재 작가라는 수식어는 이런 사람에게 붙이는 것 같죠?
저도 한 자도 버릴 게 없는 책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번 대방출 때도 이 책은 뺐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