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불행 속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추상이 당신을 죽이기 시작할 때는 분명 그 추상에 마음을써야 한다. 그리고 리외는 단지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예컨대 그가 책임을 지고 있던 보조 병원(지금은 세 개가 되었다.)을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진찰실을 향해 있는 방을 접수실로 꾸미게 했다. 바닥을 파크레졸(cresol)수로 욕탕을 만들었는데, 그 중앙에 벽돌로 된 작은 섬이 있었다. 환자를 그 섬으로 옮겨 빠르게 옷을 벗기고, 옷은 물속에 넣었다. 몸이 씻기고 말려져 거친 병원용 내의를 입은 환자는 리외의 손으로 넘어왔다가, 그다음 단계로 병실 중 한 곳으로 옮겨졌다.
자기가 영위해 온 은둔 생활에 대해 놀라는 타루에게, 이 늙은 천식 환자는 대략 이렇게 설명했다. 즉, 종교에 따르면, 한사람의 반생은 상승이고, 나머지 반생은 하강인데, 하강 중에그 사람의 하루하루는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어서 언제라도그것들을 빼앗길 수 있으니, 그것들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최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말이다.
사실 수많은 우리시민들이 서술자의 입장이라면, 오늘날 보건위생대의 역할을과장해서 기술하고픈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서술자는 오히려 이런 훌륭한 행동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함으로써 결국 악에 대해 간접적이고 강력한 찬사를 바치게 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이런 훌륭한 행동이 그렇게도 대단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주 드물기 때문일 뿐이고, 또 인간의 행동에서 악의와 무관심이 더 흔한 원동력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술자는 이런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때 우리 시의 많은 신도덕주의자들은 백약이 무효이며, 따라서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다녔다. 타루도 리외도 그들의 친구들도 이런저런 대답을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결론은 항상 그들이 알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든 저런 식이든 간에 계속 싸워야지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죽는다든가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직페스트와 싸우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이 진리는 대단한 것이하나도 없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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