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관심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더 유쾌한 사례는 인디포크 음악의 영웅 수피안 스티븐스의 팬이 제공했다.13 2007년 스티븐스는 콘테스트를 열어 자신의 신곡 ‘The Lonely Man of Winter 의 사용 권한을 뉴욕에서 활동하는 연극 연출가 알렉 더피에게 수여했다. 스티븐스로부터 신곡 사용에 관해 무제한의 권리를 (곡을 없애버리든, 스노모빌 광고음악으로 쓰든 상관없었다) 넘겨받은 더피는,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려주길 바랐던 팬들의 기대를 깨고 오로지 자기 거실에서만 그 곡을 틀기로 결정한다. 그러자 수피안스티븐스의 팬들이 브루클린에 있는 더피의 아파트로 성지순례를 온다. 집주인은 찾아온 손님들에게 차 대접을 하고 그 곡을 몇 번 틀어준 뒤 과자봉지를 손에 들려 돌려보낸다. 팬들은 벌써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두 번 다시 듣지 못할 멜로디를 마음에 담은 채 돌아간다.

수피안 스티븐스의 팬 모두가 그 한 곡을 들으려고 뉴욕까지 날아갈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가수가 좋은 리뷰를 받으려고 스파 시설을 빌릴 금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알고 보면 관심경제에서 심오한 미적 경험이란 재산과 연줄이 있는 사람에게나 ‘공짜‘이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비싼 아이템이다.
예술 작품의 진정성은 상품화 현상에 의해 위협받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진정성이란 큰돈을 쓸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나획득할 수 있다. 원래 성스러운 제례나 고대의 공동체 전통에서 기원했던 아우라는 이제 모든 마케터와 브랜드 매니저가 주시하는 훌륭한 판매 전략으로 탈바꿈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