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고 태평한 사람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귀

피아노와 오늘 자신의 상태

문학은 대학에서 배우는 게 아니야

바큇살의 발명

아마도 눈앞의 사물이 막혀 괴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망설일 시간이 있으면 우선 움직이고, 해보고, 실패하면다시 한다. 이는 슈에게 무모한 것이 아니라 무척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일이 틀림없다.

"신앙이 반드시 사람을 구한다, 잔인하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각자에게 찾아오는 위기에 정답은 없는 것입니다. 모든 장면에서 항상 정답은 없습니다. 만약 신앙보다 먼저, 빛보다도 먼저길 잃은 사람에게 닿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연민을 느끼는 마음도 아니고, 눈물을 흘리는 눈도 아닙니다.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귀입니다. 얼마나 귀를 쫑긋 세우고, 얼마나 귀를 기울일 것인가. 이걸 잘못하면 바닥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에 두레박을떨어뜨리고 맙니다. 줄도 같이 말입니다. 두 번 다시 끌어올릴수 없게 됩니다. 밑바닥에 있을 지하수도 바싹 말라버립니다. 듣기에는 간단한 것 같지만 어렵습니다. 만약 입으로 말을 해야 한다면 완전히 다 듣고 난 후 주뼛주뼛해야 하는 겁니다."

건반에 손가락을 올리고 치기 시작하면 곧 오늘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건반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뻣뻣하다. 건반이 무겁다. 그럴 때는 아무리 손가락에 의식을 집중해도 소리는 가라앉고 뿌옇게흐려진다. 그런 날은 전용 천에 클리너를 묻혀 건반을 하나하나닦는다. 건반이 반들반들해지고 손가락 끝의 터치가 변한다. 그것만으로도 소리의 울림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마음이 전혀 끓어오르지 않는 날이어도 첫 번째 음부터 무척 상태가 좋은 경우가 있다. 손가락 끝에서 소리가 떠나 그대로 상승하고 울려 퍼진다. 벽이나 천장에 부딪쳐 이쪽으로 똑바로 향하여 귀를, 두개골을 두드려 울리게 한다. 피아노가 현악기이자 타악기임을 실감하는 가운데 기분이 완전히 바뀌는 일도 있다.
피아노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가장 적당한 곡은 바흐의 ‘인벤션’이다. 아무리 가볍게, 적절한 속도로 연주하려고 해도 어딘가 치기 힘든 점이 있다. 바흐는 치는 일에 취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이 곡을 쓴 게 아닐까 의심하고 싶어진다.

그처럼 고집을 부려 들어갔는데도 "문학은 대학에서 배우는게 아니야" 라는 말이 골수에 스미는 결과만 낳았다. 가족 누구에게도 문학부에 실망했다고는 말하지 않은 채 삼 년이 지나고눈 깜짝할 사이 4학년이 되었다.

바뒷살은 타이어의 원운동을 추진력으로 바꾸는 방정식처럼 정연하게 방사선 모양으로 빛나고 있다. 의문의 여지 없이 아름다운 형태라고 아유미는 생각한다. 바꿧살은 전파망원경의 파라볼라 안테나보다 수천 년이나 전에 이름도 남기지 않은 누군가가 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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