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해소 방법

소리는 속도

금욕적이지 않은 삶

"사람 체온 정도로 덥힌 물 한 컵을 가져와. 그리고 세면기도."
선생의 명령을 듣고 서둘러 옆의 부엌으로 가서 소량의 물을끓여 컵에 담고, 거기에 찬물을 섞으며 온도를 조절한 후 방으로돌아갔다. 선생은 건네받은 컵을 두 손으로 쥐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임부에게 건넸다. "먼저 이 미지근한 물로 입을 천천히 헹구세요. 헹구면 세면기에 뱉으세요. 다시 한 번 똑같이 헹궈내세요. 그러고는 나머지 물을 마시세요. 이렇게 하면 몸의 갈증이뼛속까지 적셔져 해소됩니다. 갑자기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위가 쿨럭쿨럭 소리만 낼 뿐 충분히 스며들지 않습니다." - P83

"소리는 속도야. 속도가 소리가 된다고 해도 좋겠지. 미닫이를빨리 닫는 소리는 빨라. 천천히 닫는 소리는 느리고."
선생은 미닫이문 앞에 서서 오른손으로 휙 열고 휙 닫았다. 직선 같은 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이번에는 천천히 열고 천천히 닫는다. 다다미 위를 기는 듯이 곧 가라앉는 소리.
"서두르는 서두르지 않든 결국 걸리는 시간은 이 초 차이도안 나. 그런데도 서둘러 열고 닫지. 서두르고 있다고 자기주장을하는 것에 불과해." - P84

선생은 금욕적이지 않았다.
4시에 일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면 유일한 서양식 방의 소파에서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 영국에서 수입한 큼직한 축음기로 저녁식사 시간 때까지 음악을 들었다. 요네는 난생처음 클래식과 샹송을 들었다. 부지의 북쪽 차고에는 수입차 시트로엥이대기하고 있다. 때로는 이삼일 휴진을 하고 가족과 함께 하코네나 닛코까지 드라이브를 즐겼다. 소고기와 양고기를 좋아하고,
전통 옷이나 양복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재산가의 풍모는 찾아볼 수 없다. "자, 들어봐. 부지런히 모아봐야 좋을 게 전혀 없어. 기분이든 돈이든 곧바로 내고 곧바로 써야 해.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게 좋지. 말 나온 김에 말하자면, 음식을 잘 씹어 먹어야 한다는 건 틀린 얘기야. 풀만 먹는 소가 아니니까. 너무 씹어서 먹으면 위의 힘이 약해지거든."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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