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넋이 나가 있었어. 두 아이가 걸어오는데 걷는다기보다는 분홍색 구름에 둥둥 떠서 오는 것같았어. 살짝 취한 듯이 얼굴도 발그스레하고 알딸딸해 보이는 게 맛이 간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아이들이 참 놀라운 말을 하더라. 인간이 아무리 괴물처럼 보여도 인간은 천사라는 거야. 그런 음악을 만들고 그런 노래를 부르니까.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겠대. 그냥 지금처럼 음악을 하면 되겠대. 음악을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였는데 그런 생각이 사라져버렸대. 음악은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 분명하대. 오늘 그 성악가처럼 그냥 뜨겁게 음악을 사랑할 수 있으면 된다고 느껴졌대."

다행히 그 밤 빛이 있었다. 책이었다. 한 외로운 사람이 불을 켜고 책을 읽는다면 그 시간은 ‘영혼의 시간’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책들에는 늘 영혼이 있었다. 나는 그 시간 덕분에 좋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육체적 기쁨’ 인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이야기가 나를 공기처럼 에워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눈두 개는 세태에 영합하면서도 아닌 척할 줄 아는 나의영리하고 쩨쩨한 자아에 깊숙이 물들어 있었다.

당시 노트에쓴 것들이 무의식에라도 남아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어느 날 무심코 한 내 행동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 이게 메모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무심코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좋은것이기 위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좋은 생각을 하기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살면서 세상에 찌들지 않고, 심하게 훼손되지 않고, 내 삶을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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