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누군가가 몇 번이며 꼭 내려오라고 불러주어서 찾아간 것인데, 아무 이유가 없을 때보다 조금쯤 기차를타는 일이 즐거웠을 법도 한데, 그런 마음이 생기질 않았다.
피곤함이 밀려오는 귀갓길에 버스 정류장에 서서 생각했다.
오늘은 유난히 서 있는 시간이 많았구나 하고, 이런 날의 피곤함은 왜 달지 않을까 하고, 아무래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고아무 이유도 없는 것에 관해서만 홀가분해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그리고 시를 썼다. 우는 게 마땅할 순간에도 울지 않는 나에 대하여. 아무 이유가 없고 아무도 없는 데에서나 울고 싶어지는 것에 대하여..

내가 맨 처음 시를 발견했던 때를 떠올렸다.
뭐라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는
무쓸모한 사람이 되기에는
시가 가장 적당했다.

아, 잘 살았어
하면서
둥둥 떠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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