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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존스 1
헨리 필딩 지음, 류경희 옮김 / 삼우반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톰 존스라는 책을 받는 사람은 대개 나처럼 세 번 정도 놀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그 두께와 무게에 놀라고 (게다가 2권이다),
두번 째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장을 읽자마자 꽤 진도가 잘 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놀라고,
세번 째에는 그토록 길고 세세하던 대장정의 결말 부분이 무지하게 신속하고 압축적인데에 놀랄 것이다.
이 따위 서평이랍시고 나부랑대는 잡문에도, 서두를 어떻게 잡을까 내용 전개는 어떻게 할까 결론 즈음에는 뭐라고 휘날레를 할까 나름 머리를 굴리는데, 필딩 선생이야 오죽했겠나.
신음 소리를 내며 감탄할만한 부분은 바로 이거다.
각각의 문장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풍자, 비유, 은유, 시대적 통찰력, 인간에 대한 심오하고도 다양한 분석,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 단 한번도 잃어버리지 않는 글 쓰는 작업에 대한 자신감 등등을 빼고도, 통째로 이 전체가 구현하는 위용이 대단하다 느끼는 것은 비단 하드커버 금빛 장정 때문이 아니라 바로 엄청난 이야기의 파노라마를 엮은 열정적인 ‘구성력’.
책의 광고에는 건축적인 소설이라던가, 비슷한 말이 적혀 있는데 다 읽고나면 그런 광고 문안이 맞는거 같단 생각이 든다.
제 아무리 필딩이 완벽하다 해도, 기럭지가 기럭지 이니만큼 살짝 늘어지는 부분도 있고 작가 자신도 살짝 헤매는 것 같은 부분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당대를 생각하면 이 정도로만도, 필딩 자신이 예감했듯이,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작업이 된다는 것에는 이의를 달 사람이 없겠다.
그러나 이러한 길이에 비해 메시지나 전체 스토리는 단순한 편이다.
예나 지금이나 진심은 진심으로만 통하고, 허영은 또 다른 허영을 낳고, 시기와 질투는 시정잡배의 몫이고, 선은 선으로 악은 악으로 되갚아진다는 정도.
어쩌면 이런 대작을 쓰는 사람들일수록 내용 자체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소설을 부각시킬 필요성은 별로 못느끼는건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대작류를 기피하는 편인데도 꽤나 흥미진진하게 끝까지 궁금증을 가지며 읽었던 작품. 다음에 헨리 필딩이라는 이름을 보면 또 두께에 상관없이 집어들어 기웃거리게 될 것 같으니, 필딩이 책 속에서 여러 번 비평가들이 잡소리를 하는 걸 비웃거나, 자기 작품이 후세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고 마음껏 뻐길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잘난 척을 할 때마다 나름 귀여운 아저씨라는 생각이 들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