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유도 없이 마음이 불안하고 잠을 설치는 날들이 있다.

겨울이 멈칫 거리며 갈까 말까 태세를 갖추는,

성급한 사람들에게는 봄이라는 단어를 디밀어도 되겠다 싶은,

2.

마무리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과 새롭게 다가올 것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성대고 또 서성대게 만드는 어중간한 2.

 

지리적/공간적 감각이라곤 제로에 가까운데도,

아침이면 매번 어설프게 동서남북을 따져보면서

침대 머리를 어디로 하고 잘까를 고민한다.

지난 밤 그토록 울렁이던 뱃속과 지끈하던 머릿속이 혹시나 그런 풍수지리와 관련이라도 되는게 아닐까 하는 또 다른 불안감을 더 얹으며.

칫솔질을 하는 손목은 시큰하고,

거울에 보이는 눈가는 퀭하다 못해 꺼지는 중.

나는 영락없는 이터널선샤인의 짐 캐리다.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다가, <FTA 폭주를 멈춰라>를 읽고, <톰 존스>를 읽다가 <허니와 클로버>도 다시 뒤적이고 싶고.

읽는 책마다 나만 모르는 이야기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거나

내겐 도무지 없는 재주로 세상이 빛나는 것 같거나 하여

마음은 또 들쑥날쑥이고 신경은 삐죽삐죽이다.

낙낙하고 차분하게 무엇에 몰입하지 못하니, 조금만 틈이 나도 시빗거리를 찾는다.

 

갈수록 생활은 그저 묵묵한 밥벌이 정도가 아니라, 소리 없는 절규 속에 발버둥 치는 뭉크의 그림 같고

무기력한 공상이나 낭만은 겉치레로도 위안을 주지 못한다.

한마디로 사는게 고단하다는건데,

어디에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것도 참 병신 같아 보여서 창피하기도하고 또한 너무나 부질이 없다.

 

뭐 결론은 늘 그렇듯이, 대안은 있을 테니 대안을 어서 찾자 라는거다.

이렇게 밖에 못사는 이유는 다른 어디에도 없고, 내 마음 속에 있는거겠지.

풀 한포기라도 감동적이면 고단한게 대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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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7-02-0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몰랐는데 이런 이유들 때문에 2월이면 저도 서성거렸나봐요.
시간의 세례를 받다보면 흐흐흐, 거리는 날도 오겠죠? ^^ 화이팅 하세요!!

깐따삐야 2007-02-0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2월, 6월, 11월을 별로 안 좋아한다지요. 왜 그런 달이 끼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애매모호해가지고는 사람 엉거주춤하게 만들고, 엉거주춤해 있는 사이에 훌쩍 가버릴 거면서 왜 끼어가지고는 버둥거리는지. 흠...

mooni 2007-02-0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 존스, 재밌나요...? 워낙에 분량이 버겁게 길기에, 수중에 넣어둘까 말까 망설이는 중인데요. ^^

Fox in the snow 2007-02-0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게 고단하죠..정말. 저도 요즘은 아침마다 불안해요. 그냥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한달한달이 불안한데, 그 이유를 저도 잘 몰라서 더 불안해요.

치니 2007-02-0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다예요 / 하두 기운이 안나서 왜 그럴까 하고 끄적이다보니 저런 이유들이 저절루 나오더라구요. ^-^ 감사합니다 ~

깐따삐야 / 그러고보니 11월은 늘 더 불안했던 듯. 그래두 2월생이라 2월은 제게 정이 가는 달이에요,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

마하연 / 남루한 페이퍼에 이렇게 산뜻한 생뚱 질문, ^-^ 역시 센스쟁이 마하연님입니다. 톰 존스, 두께에 비한다면 꽤 술술 넘어가요. 어떤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할만한 장광설도 좀 있기는 하지만,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면 그것도 괜찮고. 근데 넣지는 마세요, 제가 보내드릴게요 ~ ^-^

Fox in the snow / 저 글을 쓰고 '음악'을 떠올렸어요. Fox in the snow님도 음악 좋아하시죠...불안한 영혼에게는, 음악이 그나마 가장 큰 위안이 되는거 같아요.

mooni 2007-02-0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다정한 치니님♡♡♡ 너무 좋아요. 헤헤. 톰 존스 다 보시면 저 보여주세요. ^^ 치니님 덕분에 지루한 수요일이 반짝반짝해졌습니다. 지금. 치니님한테도 뭔가 즐거운 일이 생겼음 좋을텐데요. 호호.

근데, 남루한 페이퍼라고 하셔도 여러가지 정보가 있는걸요. 치니님 생일 2월이시군요! 언젠지 슬쩍 귀띔이라도 해주셔야 되요. 꼭. ^-^


치니 2007-02-0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하연 / 옙!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총1400페이지가 넘어요 ~), 최대한 빨리 보낼게요 ~ 마하연님 수요일이 반짝반짝 해졌다니, 저에게는 그것이 바로 즐거운 일!

2007-02-13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2-1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은 참 이상해요.
아니, 생각해 보니 다, 다른 달들도 마찬가지.^^

치니 2007-02-1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속삭이신 님, 고맙습니다. 그 책은 기억했다가 피해야겠어요. ㅋㅋ

로드무비님, 맞아요 생각해보면 달마다 특색이 ... 하루하루가 다 다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