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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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획일화 경향과 더불어 민주주의에 대한 그릇된 관념이 퍼져 있는 듯 하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똑같기를 요구하며, 따라서 어떤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과 조금이라도 다른게 있다면 그는 스스로를 상대보다 우월하다고 '우쭐댄다'고 받아들인다.
프랑스도 미국 못지 않게 민주적인 나라지만 이런 관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사든, 법률가든, 성직자든, 정부 관료든, 프랑스에선 모두들 제각각의 유형들이다. 다른 직업에 대해 우월함을 내세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직업마다 그 나름의 전통과 기준이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전문인들이 기업가란 틀로만 평가된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바이올린만으로 구성하라고 법령으로 정해 놓은 것과 같다. 사회는 다양한 기관들이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하나의 틀 또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보는 것이 낫냐, 듣는 것이 낫냐를 두고 눈과 귀가 서로 다투다가 동시에 두 가지는 못하니까 둘 다 하지 말자고 결정하는 경우를 상상해보라. 내가 보기엔 미국에서 이해된 민주주의가 바로 이렇다. 그것이 무엇이든 보편적이지 않은 탁월함에 대한 기묘한 질시가 만연해 있다.
물론, 운동 분야만은 예외다. 이 분야에선 귀족주의가 열렬하게 환호 받는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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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7-01-2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토록 싫은 기분이 들었던 미국 여행에 대한 감상이 이것으로 대변되는구나.
또한 프랑스에서 편안한 마음이 되는 것도 이것으로 대변되는구나.
제대로 된 표현은 정말 멋지고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