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S 정치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며 , 스포츠에 미치는 사람들을 우매한 대중으로 몰던 시대가 있었다.

그때 우리의 불쌍한 학생들은, 아무리 축구가 신나고 좋아도 지금처럼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를 행진하며 마음껏 응원하지 못했다.

스포츠에 몰두하여 이기고 지는 것에 흥분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맹목적인 애국심을 부추기는 정치판이 너무도 노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판은 많은 음모수를 두고 국민을 갖고 놀아보기도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를 좋아하고 축구팬이 되어 해외 원정까지 가더라도, 눈꼬리를 흘기기보다는 삶을 즐기는 대단히 열정적인 젊은이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영화 <비상>이 인천유나이티드라는 , 나로선 알지도 못하는 어떤 축구단의 다큐멘타리 라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조금은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 위에 말한 분위기 변화에 부응하여 한 껀 올리려는 게 아닐까 하는 순수하지 못한 눈 때문이었다.

상업적으로 온전히 초월할 수 없는게 영화라는 전제를 깔고 보면, 최근의 축구 열기에 힘입어 저런 영화가 나온거 아냐 라는 식의 단순한 의심은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것 아닐까.

 

그럼에도 <비상>은 꿋꿋이 제 할 말을 다했다. 3년여에 걸쳐 찍었다는 인천유나이티드의 행보를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면서, 팀의 한사람 한사람이 장외룡이라는 군자의 리드를 따라가며 흘리는 땀방울에 대한 대가를 포착해냈고 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감아 쥐었다. 그것은 이미 축구 하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우리네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으며, 잘난 척 하는 자아를 잠깐이나마 눌러주는 함께 살아가기에 대한 북돋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작게 보면 극장판 <인간극장>이겠고, 비약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다큐멘터리의 역작 탄생이겠으나,

아무튼 진심으로 노력한 자에게 가타부타 말할 자격이, 우리 대부분에게 없으니, 그저 박수를 보낼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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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7-01-01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영화얘기다. 이젠 여기서도 볼 수 있는겨? ^^

치니 2007-01-02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이 영화는 알라디너들이 좋아할거 같단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