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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슬픔 - 마크 트웨인의 불온한 독설
마크 트웨인 지음, 강주헌 옮김 / 경당 / 2000년 3월
평점 :
마크 트웨인은 무섭게 우울한 사람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이 참혹한 슬픔이지만, 여러 개의 단편에는 참혹한 잔상을 그리는 전쟁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죽도록 슬픈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고, 오히려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 자꾸만 이 사람의 우울한 몽상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저만의 느낌일까요.
몇 번이고 '는'이라거나 '은' 같은 글자를 빼먹기도 하고, 도시 무슨 말인 지 알 수가 없어 읽었던 한 줄을 다시 읽게 되었던 번역 탓도 있겠지만, 우아하고 세련되었으면서도 독설을 품은 날카로운 풍자와 은유로 유명하다는 이 사람의 글은, 과연 곰곰 씹어보지 않으면 고개가 갸우뚱 해질 법도 합니다.
맞아요,
이태리 사람들은 Vinci를 빈시(vincy)로 발음 하지 않고 빈치(vinchy)로 읽는 것이 참 이해가 안되더라는 글 따위를 쓰고 그런 글이 있는 책을 버젓이 내놓는 마트 트웨인처럼, 제가 무식함을 무슨 유세로 내세워보아야 누구도 '실은 무식하지 않은데 글에서 풍자를 하기 위해 그랬을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을게 뻔합니다.
저는 진짜로 무식한 나머지, 그가 하는 풍자를 반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가 함유하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 책장을 넘겨 버리곤 합니다.
그래도 그가 삶이란 것에 대해 좀처럼 긍정적이지 못하고 밝은 태도를 가지지 못하는, 그래서 끝끝내 참혹하게 슬프다는 걸 느끼는 건 , 그저 느낌 뿐일까요.
어떤 사람은 엄청나게 울고 싶으면 차라리 웃어버린다고들 하던데, 어쩌면 그런 단순한 비유에 이런 느낌도 포함되는걸까요.
교훈 같은 걸 받으려고 읽는다면, 거들떠 보지 않는 편이 좋은 책입니다.
처세를 위해서 읽는다 해도 , 격언 같은 걸 음미하려고 해도 , 마찬가지로 에잇 하게 될 겁니다.
그냥 왜 사냐며 따지고 든다면, 웃어버리기나 하려는 사람들에게 제 격이겠어요, 그리고 저처럼 무식한 사람보다는 포괄적이고 전체를 아우르는 은유의 맛을 좀 더 알아챌 사람에게 책의 실제 두께와 상관 없는 깊이와 두께가 더해지는 것도 물론일테지요.
저같은 주제에는 아무래도 조금 더 이해가 쉬운 책부터 - 톰 소여의 모험을 다시 읽더라도 - 읽었어야 했나봅니다.